“얘들아, 설명할 테니까 잘 들어. 이해됐지?”, “얘들아, 조용히 해. 소리가 다 묻혀버리잖아.” 말끝마다 얘들아, 얘들아, 조용, 조용. 여기는 촬영장인가, 교실인가. 쉴 새 없이 떠드는 아이들을 단번에 제압하는 저 사람은 감독인가, 호랑이 선생님인가. 지난 17일 KBS <학교 2013>(이하 <학교>)의 14회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안성의 한 세트장, 이른 아침부터 이민홍 감독의 불호령과 2학년 2반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교차하고 있다. 체육시간 아이들이 우르르 교실을 빠져나가는 짧은 장면조차 몇 번이나 촬영을 반복하자 어김없이 이민홍 감독의 “이 쪼매난 놈들아, 이거 하나 찍는 동안 252년 걸리겠다”는 외침이 들려오지만, 아이들은 전혀 기죽지 않고 우렁찬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를 합창하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나 연기 지도를 할 때만큼은 모든 것에 정답이 없다고 가르치는 정인재(장나라) 선생님처럼 꼼꼼하고 다정하기만 하다. ‘축구’라는 단어에 흥수(김우빈)와 남순(이종석)이 발걸음을 멈추는 장면을 찍을 땐 “축구라는 트라우마, 그 느낌 알지?” 혹은 “네가 (과거에 흥수 발을) 밟았던 느낌으로 보여줘”라며 전체적인 느낌을 두루뭉수리하게 제시할 뿐 구체적인 해답은 배우들의 몫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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