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 촬영, 업로드. 해가 지는 에펠탑을 등지고 창가에 걸터앉은 CF 속 남자에겐 긴말이 필요 없었다. 세 개의 단어와 한 번의 미소. 그렇게 안재현은 TV 앞에 앉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인식시켰다. 쌍꺼풀 없이 날렵하게 빠진 눈과 올곧은 콧날은 깎아놓은 것 같다는 관용어보단 단정하게 다듬어졌다는 표현이 어울리고, 그 속에는 묘한 긴장감이 있다. 어쩐지 길게 말하는 법을 모를 것 같은 인상이지만, 실제로의 그가 인상과 정반대라는 건 15초만 마주하고 있어도 알 수 있다. 직접 챙겨 입은 의상을 가리키며 “예쁜가요?”라고 묻거나 “점심은 드셨어요?”라고 염려할 줄 아는 다정다감함은 안재현의 첫인상을 단번에 역전시킨다. 심지어 “제가 신나면 말을 더듬거든요. 이렇게 인터뷰하는 게 너무 기뻐서 말을 많이 하고 싶은데, 억누르느라 힘들었어요”라고 해맑은 고백까지 하다니, 온순하기 짝이 없는 남자다.
“인생의 모토가 평화”

성실한 낙천주의자의 내일

이토록 매력적인 청년을 더 많은 곳에서, 더 자주 보고 싶은 건 그래서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델 일에 푹 빠져있는 안재현은 “솔직히 객관적으로 볼 때 제가 연기엔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라며 작게 웃는다.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찰나, 그의 부연 설명에 말문이 막히고 만다. “얼마 전 공자의 를 읽었는데,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 파급효과가 일어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모델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 CF 같은 걸 찍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영역이 더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어, 모델인데 목소리도 좋네? 그럼 CF에 써보자!’ 이렇게 될 수 있는 거니까. 아직까지는 제가 시작한 일의 값어치를 좀 더 올리는 데 주력하고 싶어요.” 그 순하디순한 마음 어디에 이런 고집이 숨어있었던 것일까. 정말, 긴 말로도 끝내 설명할 수 없는 남자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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