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가든>, 오그라드는 손발로 이불을 쥐어뜯어도 계속 보는 이유
, 오그라드는 손발로 이불을 쥐어뜯어도 계속 보는 이유" /> 3-4회 SBS 토-일 밤 9시 50분
김은숙표 로맨틱 코미디는 꾸준히 진화 중이다. ‘연인 시리즈’를 통해 까칠하고 차가운 남자와 솔직하고 당당한 여자의 밀고 당기는 삼색 로맨스를 완성시킨 그녀는 에서 직업인으로서의 성장과 멜로를 조율하는 제대로 된 직장 연애담을 성공시켰고, 과 함께 메시지와 대중성의 조화라는 상업드라마 최대의 난제를 수준급으로 달성했다. 그리고 김은숙 작가는 에 와서 스스로 만들어낸 로맨틱 코미디 클리셰를 슬슬 가지고 노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데렐라 판타지를 직설적인 대사로 까발려 거리를 확보하거나 혹은 캐릭터의 전형성을 조금씩 뒤틀며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교란하는 방식으로. 가령 라임(하지원)에게 끌리면서도 그녀의 계급에 대한 멸시감을 숨기지도 않고 독설을 퍼붓는 주원(현빈)의 대사들은 예의 가난한 여주인공의 예비 시어머니들이 담당해왔던 것이고,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땀 흘리며 운동에 전념하는 인물은 여주인공이며, 오스카(윤상현)와 썬(이종석)의 관계는 싸가지 없는 톱스타 남주인공과 자존심 강하고 고고한 신인 여주인공의 로맨틱 코미디 플롯을 남남 커플로 변주한 것이다. 중요한 점은 그러면서도 결코 이 장르의 핵심적 판타지는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클리셰를 슬쩍 뒤집음으로써 결국엔 더 극한의 대리만족 판타지를 불러온다. 그 이율배반적 봉합이야말로 ‘김은숙표 로코’의 진짜 매력이자, 오그라드는 손발로 이불을 쥐어뜯으며 이 드라마를 계속 지켜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리하여 은 남녀의 몸이 뒤바뀐다는 본격적인 드라마로 진입하기도 전에 단 4회만으로 로맨스 장르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판타지를 압축해 담으면서도 클리셰의 조합을 뒤섞고 재배치하는 신선함까지 갖춤으로써 숙련된 ‘김은숙표 로코’의 진수를 만끽하게 해준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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