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순정>, 욕망하는 악녀의 가능성
, 욕망하는 악녀의 가능성" /> 첫 회 SBS 월-금 저녁 7시 20분
일일드라마 성패의 열쇠가 악녀에게 넘어간 지는 꽤 됐다. 그녀들의 악행이 적나라하고 독할수록 시청자들의 주목지수도 상승한다. 아무리 당당함과 독기를 내세워도 최소한의 지순함을 잃지 않아야하는 여주인공의 의무와 달리 욕망의 표현 범위에 하한선이 없는 악녀들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입체성을 끌어안으며 드라마의 흥행을 좌우한다. 하지만 이들은 한계 또한 명백하다. 보수적인 일일드라마의 결정론적 세계관 안에서 그들은 결국 여주인공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보다 그 적대자인 악녀들이 더 흥미로운 캐릭터인 것만은 분명하다. SBS 새 일일극 에도 여지없이 그러한 악녀 캐릭터가 등장한다. 준선(배종옥)은 성공을 위해 남자들을 서슴없이 이용하고 딸마저 버리는 무정한 악녀다. 첫 회에서 그녀가 회사 창업공신과 수행비서를 냉정하게 해고하는 모습이나 ‘천한 출신’ 운운하며 계급의식을 드러내는 시어머니에게서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모습 또는 과거의 남자를 떼어내기 위해 병조각을 맨손으로 움켜쥐며 선혈을 흘리는 장면 등 묘사들에는 전형적인 구석이 많다. 그러나 준선은 자신의 욕망의 대리자로 남성을 내세우는 대신 경영의 전면에 나서며 스스로가 욕망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악녀 캐릭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모든 것을 버리고 벼랑 끝에 선 준선의 회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처럼 앞으로의 의 성패 또한 전형적인 캔디에 가까운 주인공 순정(이청아)보다 준선에게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녀와 순정과의 라이벌전이 사업권을 둘러싼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새로운 모녀 갈등 묘사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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