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밤마다>, ‘무릎 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의 하이브리드
, ‘무릎 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의 하이브리드" /> SBS 월 밤 11시 15분
SBS 이 집단 토크를 표방한다면, 는 대결 토크를 추구한다. 두 진영은 각자의 게스트를 옹호하는 동시에 상대의 게스트를 공격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카리스마 있게 진행을 이끌거나 전체적인 화합을 도모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진행에 취약한 탁재훈과 박명수를 기용한 이상, 이것은 현명한 판단이다. 말꼬리를 잡거나 억지스러운 상황을 우겨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에 능한 이들에게 ‘공격’을 주된 임무로 맡긴 것은 불안한 구조 자체를 하나의 형식으로 만들어 낸 참신한 시도다. 총괄 진행자인 유이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아도 토크가 계속해서 흘러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절묘한 구조의 미학 때문이다. 여기에 누구에게나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운 김제동이나 대성이 가세하면서 는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모호한 예능의 난장이 된다. 겉으로는 게스트의 속 깊은 이야기를 유도하지만, 결국은 얼토당토않은 트집 잡기로 끝나는 이 방송을 정리하자면 ‘무릎 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의 하이브리드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첫 번째 게스트인 김수로와 싸이는 일견 센스 있는 섭외였다. 그동안 거의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한 이들은 분명 신선함이나 이슈 메이킹의 측면에서는 최선이 아니다. 하지만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패널들의 공격에도 여유를 보일 뿐 아니라 호시탐탐 패널들을 오히려 공격하는 이들은 MC의 첫 호흡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스파링 상대였다. 방송 이후 게스트의 진면목에 대한 여운을 남기기보다 뒤풀이 토크를 통한 공격 트레이닝을 부각한 것에서 제작진의 이러한 의도는 더욱 드러난다. 영리한 밑그림을 그린 이 방송은 과연 토크의 황금어장을 개척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동시간 방송인 MBC 의 노련미를 이기기 위해서는 보통 이상의 채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글. 윤희성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