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 사랑스럽고 경계 없는 판타지
, 사랑스럽고 경계 없는 판타지" /> 11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홍자매가 로맨틱 코미디 안에 구미호란 소재를 끌어오면서 가장 신선해진 부분은 이 설정이 곧바로 사랑에 대한 은유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가령 대웅(이승기)이 가까이 다가오면 냄새로 알 수 있고 멀리서도 그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미호(신민아)의 능력은 사랑에 빠지면 온 감각이 그 대상으로 향하는 연인의 감정을 그대로 설명해준다. 혹은 미호가 여우구슬의 기를 느끼려고 대웅에게 안긴 순간 그 주변에 일어나는, 하늘이 핑 돌고 번개가 번쩍하는 초자연적인 변화들은 연인과 첫 스킨십을 나눴을 때 가슴에 이는 감정의 격랑을 시각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11회에서 그런 표현법은 절정에 이른다. 연적인 혜인(박수진)이 대웅에게 키스하자 미호는 심장에 강한 충격을 받고, 여우구슬에 금이 간 것처럼 대웅에 대한 믿음도 흔들린다. 두 번째 죽음을 통과하는 미호가 상처 난 구슬 때문에 더 괴로워하는 순간 대웅 역시 심장에 고통을 느낀다. 미호의 아픔을 줄이려면 진통제보다 구슬을 품은 대웅이 계속 곁에 있어야 한다는 동주(노민우)의 말은 상실감에 힘겨워하는 연인들에 대한 처방전이나 마찬가지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감정이 즉각적인 신체 증상이나 시각적 매개물로 치환되는 이러한 묘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모두 구미호라는 소재 덕분이다. 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판타지를 늘 현실적 화법 안에서 조율해야했던 홍자매가 드디어 개연성에 대한 걱정 없이 그 판타지를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소재를 찾은 것이다. 그러므로 남은 5회 동안 시청자들은 결말에 대한 걱정보다 그저 이 작가들의 사랑스럽고 경계 없는 판타지를 즐기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이란 감정은 정말, 진짜로, 리얼이니까.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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