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방관자가 아닌 진행자가 필요하다
, 방관자가 아닌 진행자가 필요하다" /> 목 MBC 밤 12시 10분
유명환 전 장관 딸 특채 파문으로 불거진 공정한 공무원 채용방안에 대한 논의의 시급성은 패널들이 모두 동의하는 점이었다. 게다가 각 토론 패널의 주장이 나름의 정당성을 지니고 있어서 구성만 치밀하게 한다면 생산적인 토론도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이 날 토론은 이상하게 계속 도돌이표를 만나 같은 자리에서 맴돌다 끝나 버렸다. 특채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를 명확하게 짓지 않고 일단 시작해 버린 토론은 앞으로 가다가 다시 뒤로 질질 끌려와 개념 정리와 대전제 합의를 위해 시간을 허비했다. 애초에 ‘특채 제도가 과연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그 범위와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라는 쟁점과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특채 제도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쟁점이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은 구성은 자꾸만 논의를 10분 전 상황으로 되돌렸고, 덕분에 토론은 그 체감 길이만 2배로 늘어난 채 허망하게 끝났다.
패널들이 자기 주장을 수세적으로 반복 설파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자기 주장이 반복해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 믿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패널들이 여느 때에 비해 더 불성실했다 말하기는 어렵다. 진짜 아쉬웠던 건 쟁점 별 토론 시간을 확실하게 구분해주는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 한 제작진들과, 당장 진행되는 논의 밖의 주장을 들고 나오는 패널을 적절하게 저지하지 못 한 진행자였다. 전임자 손석희 교수의 압도적인 전적 때문에 박광온 논설위원이 다소 저평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토론의 방향이 배배 꼬이고 있을 때면 “지금 토론 내용과는 거리가 있는 말씀이신데, 그 주제로는 이따가도 충분히 토론할 시간을 가질 겁니다” 라고 명쾌하게 끊어주던 손석희 교수가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패널들이 토론을 산으로 몰아가도 손 놓고 바라만 보란 뜻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에는 그걸 지적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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