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아무도 동정 받지 못하는 복수의 무간지옥
, 아무도 동정 받지 못하는 복수의 무간지옥" /> 월-금 MBC 저녁 8시 15분
태영(이태곤)은 무간지옥에 빠진 오이디푸스다. 자신을 길러준 유사 아버지를 죽인 그가 제 눈을 스스로 뽑지 못하고 다른 가정으로 숨어들었을 때, 그는 결국 또 다른 아버지인 장인에게조차 칼을 겨누게 된다. 그리고 그는 애정으로 그리고 증오로 아버지의 딸이었고 아버지의 아내인 지민(조윤희)을 원한다. 그런데 이 오이디푸스는 퉁퉁 부은 발로 비극의 서사를 따라가지 않고 어느새 희미한 배경이 되었다. 애초 복수의 대상이 윤희(윤여정)였다는 사실을 드디어 폭로했지만, 그의 비밀은 장인에게 겨눈 칼끝만큼이나 딱히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그것은 의 세계가 지향하는 복수가 태영의 의지와 에너지가 아닌 기묘한 시스템에 장악되었기 때문이다. 현진(소유진)과 정호(박상원)가 각자의 연인을 옹호할수록 사랑이 아닌 증오가 전염된다는 놀랍도록 비극적인 매커니즘은 결국 복수 집행자인 태영과 지민이 직접 충돌하지 못하고 대리인과 격돌하게 되면서 이야기의 초점이 분산된다는 구성적인 비극까지도 만들어 냈다. 그런 점에서 지민 때문에 현진이 유산을 하게 된 어제의 방송은 그야말로 누가 누구를 왜 미워해야 하는가를 도무지 알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 돌이킬 수 없는 한 수였다. 태영을 용서하지 않았다고 울부짖으면서 그를 지키려고 발버둥치거나, 아버지의 이혼을 원하면서 동시에 아버지가 상처받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현진의 자기 기만적인 대사들은 그러한 혼돈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양면의 고민은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진퇴양난의 안개 속으로 밀어 넣었다. 덕분에 인물들은 혹독한 사연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동정조차 받기 어려운 캐릭터들로 배배 꼬였을 뿐이다. 벌써 8부 능선을 넘고 있다. 사필귀정은 고사하고 각자의 모순이 상식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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