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노다지 같은 게스트를 황무지처럼
, 노다지 같은 게스트를 황무지처럼" /> 화 KBS2 밤 11시 15분
“사실 이 자리가 면죄부의 자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김준호 씨가 나오셨기 때문에 그 당시에 관한 이야기를 저희가 좀 물어보고 싶거든요.” 김승우의 말처럼 제작진도 김준호에게 면죄부를 줄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게스트의 인생역정을 소재로 다루는 토크쇼 장르의 특성 상, 김대희와 김준호를 초대손님으로 부른 KBS 가 김준호의 도박 사건을 언급할 것이란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다행히 김준호는 어두운 시간을 회고하는 와중에도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게스트였고, 덕분에 눈물로 면죄부를 구하는 뻔한 그림이 될 수도 있었던 순간도 당시에 대한 담담한 회고로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김대희와 김준호가 KBS 원년멤버이자 현역멤버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이들이란 점을 생각하면, 는 이들에게 더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었다. 이들은 의 시작과 변화, 위기와 현재까지 모든 것을 목격했으며, 심지어 중간에 경쟁 프로그램으로 이적했다 돌아오기까지 한 사람들이다. 를 제외하면 제대로 자리 잡은 공개 코미디 프로가 하나도 안 남은 오늘날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들이 생각하는 공개 코미디란 어떤 것인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각 방송사의 스타일을 비교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몰래 온 손님’ 박성호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출신 MC 이수근을 지렛대로 활용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는 두 사람의 교분, 각자의 개그 스타일, 안에서 생긴 해프닝에 대해 가볍게 다룬 뒤, 후반 20분을 고스란히 도박 사건과 당시 심경 이야기에 할애했다. 물론 신변잡기와 심경고백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60분짜리 토크쇼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기껏 13년간 무대에서 현역으로 살아남은 이들을 불러 놓고서, 내 파벌 구도와 도박 사건 당시 심경 말고는 딱히 진지하게 물어볼 게 없다는 건 심각한 자원낭비 아닌가.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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