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역사적 패배 그 이후
, 역사적 패배 그 이후" /> 화 KBS2 밤 10시 25분
근대 축구는 수많은 라이벌전을 남겼다. 스페인 민주화의 역사를 담은 엘 클라시코 더비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대결이고, 프리미어리그 명문 대결인 레즈 더비 역시 승점 3점이라는 의미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통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축구장의 혈투는 한일전이다. 축구의 모티브가 기본적으로 전쟁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과거사에서부터 의미를 이어온 한국과 일본의 대결에서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질 수 없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그리고 그 의지가 만들어내는 서사는 어제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처럼 기적 같은 순간을 종종 창출한다. 8강전에서 이란과 연장까지 갔다는 핸디캡을 인정한다면, 분명 일본의 플레이는 한국의 그것보다 빠르고 유려했다. 공은 사람보다 빠르다는 축구의 잠언은 그들의 효율적인 패스워크 안에서 완벽하게 실현됐다. 하지만 승패 자체가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 대결에서 축구의 유려함보다 중요한 건 적게 먹고 많이 넣는 스코어의 치열함이다. 그리고 그 치열함은 결국 연장전 후반 최후의 순간, 모두가 바라면서도 백퍼센트 믿지는 못했던 황재원의 2 대 2 동점골로 이어졌다. 물론 테크닉으로는 바르샤의 그것처럼 깔끔하지도, 맨유의 그것처럼 호쾌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질 수 없다는 근성으로 만들어낸 그 장면은, 메시도 호날두도 연출할 수 없는 어떤 일회적인 순간이었다. 비록 이후 진행된 승부차기가 그 감정의 고조를 허무하게 져버렸지만 그 순간의 전율은 앞으로도 계속될 한일전의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어제, 역사적 패배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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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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