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실망쇼>│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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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전주와 함께 유희열은 외쳤다. “이 시대 최고의 댄스곡은 모다?” 뭐긴, 뭐야. ‘미소천사’지. 뭐야, 정말 부르는 거야? 관객들의 의구심과 희열로 일그러지는 사이, 유희열의 입에서는 성시경의 ‘미소천사’가 흘러나왔다. 물론 세상사람 모두가 2008년 4월 24일 새벽, 유희열과 성시경 간에 벌어진 라디오 역사상 최대 전투 ‘모다대첩’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공연에 온 관객 중 몇몇도 유희열이 왜 그 멘트를 던지고 남의 노래를 불렀는지 아직까지 궁금해 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만 아는 비밀스러운 유머 코드로 가득했던 이날 ‘안테나 뮤직배 보컬경연대회 대실망쇼’가 자기네들끼리의 잔치라고 비난하는 건 억울한 일이다. 이미 ‘대실망쇼’라고 공언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대실망을 무릅쓰고 초고속 클릭으로 겨우 티켓을 예매한 사람들이었다. 말하자면 이날의 쇼는 안테나 뮤직 소속 뮤지션들을 사랑하는 팬들 앞에서 펼치는 일종의 팬미팅과도 같았다.

그래서 쇼의 사회를 맡은 유희열은 “오늘 이 쇼가 어떤 성격인지 모르고 친구나 애인 따라 오신 분? 네, 죄송합니다”라고 사죄의 인사를 했고, 누구보다 경연대회 1등을 욕심내며 ‘쾌남 듀오’ 콘셉트로 등장한 페퍼톤스의 신재평은 “저희 평소엔 이런 밴드 아니고요, 저희를 오늘 처음 본 분이 있을까봐 마음이 아픕니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대실망쇼’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건, 자칫 폐쇄적일 수 있는 유머 코드 안에서도 보편적인 웃음을 이끌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어디서 신인 박새별에 대해 “저렇게 뛰어난 친구가 왜 안테나 뮤직 따위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적의 심사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며, 그에 대해 “이적 씨의 거지같은 평 들었다”는 유희열의 반격을 들을 수 있을 것인가. 평소의 루시드 폴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도 “음악으로 장난치지 않는다”던 도포 입은 청년의 헤비메탈 공연은 충분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수의 유희열 팬과 음지에서 올라온 루시드 폴 팬 등을 비롯해 무슨 공연인지도 모르고 온 이들까지 경연대회가 끝날 무렵에는 모두 웃음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었으니, 모든 아티스트가 모여 부른 클로징송도 의미심장한 ‘손에 손잡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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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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