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홍길동>│홍길동을 홍길동이라 부르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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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지법으로 허공을 가르며 빠르게 달리지도, 양반집을 돌며 도적질을 일삼지도 않는다. 다만 민초들이 직접 살아나갈 수 있도록 온실을 만들어주고 공방을 차려줄 뿐이다. 그 덕분에 그들이 살아가는 장성은 직접 고구마를 재배하고 종이를 만들며 “굶어 죽는 이 하나 없는” 유토피아가 되었다. 그리고 태평성대를 일궈놓은 홍길동(예성)은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길동’이라는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영웅을 넘어 신이 되어 있다. 뮤지컬 은 활빈당을 해체한 길동이 어미가 묻혀있고, 어린 시절부터 정을 나누었던 수진(안유진)이 살고 있는 장성으로 내려간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새로운 설정과 시대상을 대변하는 절묘한 대사가 제법 신선하게 다가오지만, 그렇다고해서 머릿속에 각인된 홍길동의 이미지가 쉬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인지 “도망 간 종놈의 새끼”라는 말을 듣고, 사랑했던 여인 수진이 농락을 당하고, 동고동락했던 활빈당원들이 관군에게 죽임을 당해도 여간해선 분노치 않는 길동이 어색하다. 의 대길언니마냥 눈에 불을 켜도 모자랄 판에, 슈퍼주니어 예성이 그려내는 길동은 육중하고 우수에 찬 목소리로 마른기침만을 할 뿐이다. 그리고 그 모든 설움들이 8층 석탑처럼 층층이 쌓여 올려진 후에야 비로소 길동은 봉을 꺼내들고 말한다. “우린 옳지 않은 일에 화를 낸 것이다.” 이런 달라이 라마 같은 길동을 봤나.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가장 어색한 건, 공중 2회전을 하면서까지 쓰러지는 관군에 비해 풀잎위에 앉은 이슬마냥 투명한 길동의 무술실력일지 모르겠다. “그저 농부로 살겠다”고 고백하셨지만 길동님, 저는 단 한번이라도 화려한 액션과 축지법을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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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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