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vs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vs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 마지막회 SBS 목 밤 10시
산청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트럭 화물칸에 앉아있던 어린 강진(김수현)이 자전거를 타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어린 지완(남지현)을 처음 보았을 때, 강진은 자신 앞에 놓여있었을 수많은 고통과 난관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지완의 어머니 영숙(김도연)은 “사랑이 끝난다고 인생이 끝나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없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했지만, 이경희 작가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사랑 없이는, 사랑하는 사람 없이는 도저히 살아가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강진(고수)과 지완(한예슬)의 사랑을 포함해, 지금까지 이경희 작가의 작품들 속에서 사랑은, 생과 사의 문제보다 우선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의 사랑은 절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강진과 지완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의 곁을 맴돌았고,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고 나서도 과거의 질긴 인연들에 얽매여 서로에게 다가설 수 없었다. 강진이 영숙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눈물로 용서를 구해도 과거는 변하지 않고, 지완의 말처럼 결국 ‘사고’였을 뿐인 모든 일들은 이들을 옭아매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에 강진과 지완은 처음의 자리로 돌아간다. 모든 비극의 시작점이었던 산청의 다리 위에서 강진이 앞서 가는 지완을 바라보며 “내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저 아이만 있다면 그 길을 다시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들은 ‘사랑’이 만든 거대한 고리 속을 다시 한 번 순환한다. 그래서 겨우 용서의 흔적을 보여주고 강진과 지완이 서로를 스쳐 지나지 않아도 되었던 결말은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엔 뒷맛이 쓰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내렸는데도, 의 엔딩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과연 그렇게 산청을 떠난 강진과 지완은 그저 살아지는 인생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 살아가는 삶을 살았을까.
글 윤이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vs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vs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 4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확실히 주인공이 유쾌해져야 드라마도 더 재밌어진다. 이 장르에선 특히 그렇다. 평범한 ‘올드미스 다이어리’들과는 달리, 능력과 미모를 다 갖춘 골드미스들이 애인 하나 없다는 이유로 한탄만 해댔던 의 첫 주가 공감 형성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 로맨틱 코미디 플롯이 보다 본격화된 4회부터 캐릭터들은 더 활기 넘치고 이야기에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SBS 오은수(최강희)의 우울한 일상에 꽃미남 연하와 능력 있는 CEO, 편한 이성 친구가 한꺼번에 등장했던 것처럼, “인생의 제2막”을 꿈꾸던 우리의 주인공 이신영(박진희)에게도 굿의 효험인지 멋진 세 남자가 동시에 나타났다. 여성 캐릭터들의 조건에 맞춰 스펙을 하나하나 추가해 만든 듯한 남성 인물들은 생기가 부족하지만, 그들이 본격적으로 얽히게 될 때는 속물적일 정도로 적나라한 남녀의 심리 표현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김인영 작가의 특기가 살아난다. 게다가 반석(최철호)과 내기한 민재(김범)와 그의 작업에 계획적으로 넘어가는 신영, 동상이몽 두 남녀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 4회의 엔딩신은 장르의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끌어오면서도 한 번 더 꼬는 재미를 주는 작가의 또 하나의 장기가 발휘된 장면이었다. 이쯤 되면 등장인물 관계도가 본격적으로 꼬이는 다음 전개는 좀 더 기대해볼만하다.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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