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OMG’로 뒤덮인 핑크색 풍선도, 귓가를 상큼하게 울리는 뮤지컬 넘버도 공연장 입구에 당도한 이들을 반기지는 못한다. 대신 검은색 바탕에 핑크색으로 소중히 ‘S♡NE’을 적은 플래카드와 핑크색 장미 꽃다발을 수줍게 바라보는 남학생이 먼저 반기는 곳. 그렇다. 여기는 소녀시대의 제시카가 출연하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쇼케이스 현장이다. 지난 22일 오후 2시, 여섯 개의 장면이 시연될 때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엘 우즈 역에는 제시카”라는 연출가의 말이 들릴 때마다 객석의 굵직한 포효는 높아져만 갔다. 이제는 제시카의 화답. “우윳빛깔 제시카”를 실제로 외치는 팬들을 향해 그녀는 엄지손가락 하나를 번쩍 들어 올려보였다. 이에 질세라 김동욱, 뮤지컬배우 김도현과 고영빈의 언급엔 ‘언니’들이 높은 데시벨을 자랑하는 비명으로 그들의 포효에 맞선다.

팬들의 환호소리에 무대 위의 스타도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 김지우는 “연습실이 추워서 예쁜 하늬언니랑 제시카 감기 걸리니까 팀점퍼 하나 맞춰 달라”고 현장에 있던 제작사 대표에게 애교 섞인 제안을 하고, 제시카는 “다른 아이돌가수와 뮤지컬을 한다면 슈퍼주니어의 규현”이라는 발언으로 또 다른 팬들을 설레게 만든다. 하지만, 이 한바탕 소동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이도 있는 법. “<금발이 너무해>에서 너무해를 담당”하고 있는 데뷔 19년차 뮤지컬배우 전수경은 쿨하게 이 상황을 즐기고, 제시카 무릎 위에서 앞발을 살포시 내미는 고돌이는 시크할 뿐이다. 덤덤하게 받아들여도, 열광적으로 소리를 질러도 결국 결론은 하나다. 한 달 후면 그 누구에게든 설레는 사건이 된다는 것. 그 때까지 XOXO.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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