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에 위치한 난지캠핑장을 가로질러 무성하게 자란 잔디를 헤치며 한참을 걸어도 ‘글로벌개더링 코리아’가 열리는 무대를 눈으로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순간, 가을 하늘을 쨍하고 깨트릴 듯 선명한 이윤정의 목소리가 귀를 이끈다. “우린 어디로 가죠? 우린 어디로 가요?”라고 노래를 부르며 몽키(?)들과 무대를 휘젓는 그녀의 순서가 끝나자 관객들은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 듯 저마다 털썩 잔디밭에 주저 않는다. 블루스테이지 아레나 무대에서는 미모의 모델 휘황, 아니 얼반 스타일 DJ FHIFAN이 여름 새벽 같은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지만 사람들은 춤추기 보다는 지긋한 미소로 그의 음악에 화답을 보낸다. 제법 해는 기울고, 잠시 맥주로 목을 축이며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아마도 뜨겁게 폭발하는 밤의 열기일 것이다.

해가 불쑥 자취를 감추자 비로소 무대 앞은 페스티벌답게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한국 관객의 취향을 지나치게 잘 아는 F.P.M과 버벌의 무대에 이어 G-드래곤이 등장하자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쉬가 점멸한다. 그리고 익숙한 비트와 함께 2NE1이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손을 높이 들고 군가라도 부를듯 한 기세로 ‘Fire’를 합창한다. ‘팬클럽개더링’을 방불케 한 무대가 지나고 어느덧 시간이 자정을 넘어서자 강바람은 제법 쌀쌀하게 목덜미를 파고든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관객들의 눈은 더욱 더 빛난다. 그리고 고요한 무대 앞으로 유령처럼 모여 든 사람들은 설치 준비 단계에서 부터 남다른 위용을 짐작케 하는 언더월드를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 국적도, 나이도 신경 쓰지 않고, 신종 플루의 공포에도 아랑곳 않는 춤추는 청춘들은 칼 하이드의 반짝이는 자켓에 홀린 불나방들처럼 깊은 밤의 최면 속으로 빠져 든다. 이 밤, 대체 우린 어디로 가는지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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