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1,200석 충무아트홀이 배우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신나는 음악 덕에 온몸이 근질근질하면서도, 마치 강철성대를 심판하는 서바이벌장 같아 한편으로는 섬뜩하기도 하다. 이곳은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대표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올슉업>(All shook up) 프레스콜 현장. god 손호영의 출연으로 눈길을 사로잡지만, 사실 이 작품에는 엄지손가락이 100개라면 100개 다 들어 보이고 싶은, 가창력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검증이 완료된 뮤지컬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파워란 이런 것이다, 고 시크하게 보여주는 윤공주, 이영미, 이정화, 구원영 등 여배우들의 목소리에는 귀가 얼얼할 지경이다.

‘정숙법’으로 가무와 애정행각이 금기시되어 있는 한 마을에 기타를 둘러매고 할리 데이비슨을 탄 방랑자, 채드가 나타난다. 방실방실 잘 웃는 예스맨으로 기억 속에 박제되어있던 손호영은 제법 천연덕스럽게 채드가 되어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고 “사랑해 베이붸-”를 외친다. 그렇지만 눈과 입이 함께 웃는 그 미소가 어디 갈까. 기타를 칠 때도, 골반이 빠지도록 몸을 흔들 때도 사라지지 않던 특유의 미소와 배려는 간담회 시간까지 이어졌다. 13명이나 되는 주요 배우들의 이야기에는 박수를 치느라 손이 쉬질 않고, 사회자가 놓친 질문은 손수 챙겨 답변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MBC <탐나는도다> 속 탐라에 활기를 불어넣은 이가 ‘푸른 눈의 소나이’ 윌리엄이듯, 무채색으로 살아가던 마을사람들에게 색칠을 해준 이는 파란신발을 신은 이방인 채드다. 이방인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고, 관계 안에서 더욱 단단해진다. 신춘수 오디뮤지컬 대표가 “적절한 신구의 조화”를 중요 포인트로 내세운 <올슉업>에서 손호영이 해야 될 또 다른 임무는 바로 그 이방인의 임무일지도 모르겠다.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