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한 시간 전. 하늘이 흐리다. 하늘만큼 어두운 얼굴로 무대에 오른 박명수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올 여름의 메가 히트송 ‘냉면’의 리허설. 그러나 병석에 누워있는 동안 연습이 부족했던 탓인지 마음처럼 노래가 잘 나오질 않는다. “아이구, 큰일 났다”며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데, 다행히도 ‘바다의 왕자’를 부르는 목소리는 구성지기까지 하다. 그제야 박명수는 빵끗 미소를 지으며 “다같이!”를 남발하고, 자리에 앉거나 울타리 너머에서 까치발을 하고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렇지만 훈훈한 정도의 분위기에 만족하는 것은 거성의 스케일이 아니다. “박수도 크게 치고, 방송 사고가 날 정도로 환호 해 줘요. 오늘 내가 열심히 하는 분들은 선물 드릴 거예요.” 평소와 달리 채찍이 아닌 당근으로 객석을 유혹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극도에 달한 긴장감 때문이다. 모처럼 날을 잡아 마련한 공개 방송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잔뜩 먹구름이 낄 게 뭐람. 그러나 유능한 DJ는 결코 상황을 탓하지 않는다. “오늘 날씨가 도와주네. 더웠으면 더 고생했을 거예요. 여러분 그러니까, 박수 주세요!”

2시 정각 시그널을 합창하던 기백이 슬슬 지쳐갈 무렵. 무대 뒤편에서부터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인형 같은 제시카가 무대에 오르고 ‘냉면’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이미 노래를 마치고 돌아가던 일락도, 러닝셔츠 차림으로 물놀이 나온 청년들도, 무뚝뚝하기만 하던 현장 경호원들도 일제히 넋을 놓고 무대를 응시한다. 무대 옆 천막에 임시로 마련한 스튜디오를 지키던 PD의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가실 줄을 모른다. “우윳빛깔 박명수!”라는 응원에 “난 여의도 박황달이다!”라고 호령하던 기운은 어디로 가고 신인 가수처럼 안무에 집중하는 박명수만이 심각한 얼굴이다. 그러나 걱정한 덕분인지, 명카드라이브의 축하무대는 무사히 끝나고, 방송의 피날레를 장식한 ‘바다의 왕자’는 한층 더 신나게 마무리 되었으니 한동안 박명수의 DJ 스타일은 비난과 위협에 굴하지 않고 독야청청 할 것 같다. 꼭 그런 스멜이 느껴진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