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늙지 않는다. 다만, 유부남이 될 뿐이다. 그래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스케치북>)의 MC인 유희열은 자신의 방송에 출연한 가수에게 “실제로 보니 정말 멋지지 않냐”고 태연히 질문을 던지고,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을 발표한 유영석은 자신의 블로그 제목으로 ‘유영석의 외모로 버텨온 나날들’이라는 문장을 당당하게 써 놓을 수 있다. 결혼이라는 약간의 서류상의 변화를 제외하면 이들은 여전히 뭇 여성들에게 목소리만으로도 설렘을 선사하는 (자칭)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스케치북> 본 녹화 3시간 전, 카메라 리허설을 위해 공개홀에 모인 아이돌의 아버지와 아이돌의 마에스트로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뜨거운 포옹으로 표현 했다.

이날 <스케치북>의 출연진은 전체적으로 여름의 축제를 연상시키는 다이내믹한 공연으로 채워졌다. 오프닝을 맡은 파이팅 대디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조차 샤우트하게 내지르고 다시 댄스 음악으로 컴백한 왁스는 백업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가득 채웠다. 놀 줄 알기로 국내 최강인 하우스 룰즈의 왁자지껄한 순서와 레게 리믹스로 보는 이의 혼을 쏙 빼놓은 김건모의 말이 필요 없는 공연은 현장의 스태프들마저도 리허설이라는 사실을 잊고 박수를 보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두 (자칭) 아이돌이 무대에서 만나자 공개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심지어 곡 제목은 ‘자아도취’. 두 사람의 여유로운 호흡에 모두가 빠져들 무렵, 다음 순서를 위해 자체발광 진짜 아이돌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등장했고, 여성 스태프들은 웃음을 거두고 조용히 무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세기의 아이돌 삼파전을 확인하고 싶다면, 다음주 ‘오늘 뭘 볼까’를 체크하시기를.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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