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분위기가 삼엄하다. 법복을 입으신 판사님들이 내려다보고 심각한 표정의 재판 방청객들까지 수십 명 자리한 이곳은 KBS <파트너>의 주 무대인 형사법정이다. 배우들 못지않게 공간이 주인공이 되는 작품의 특성상 MBC <하얀 거탑>, KBS <바람의 나라>의 이항 미술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세트와 소품에 무척 많은 신경을 썼다. 서초중앙지법 형사대법정을 기본으로 만든 이곳에도 여러 가지 디테일이 숨어 있다. 법정에서는 태극기의 ‘건’괘가 정면으로 드러나도록 깃대를 세워야 하며 그동안 TV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의사봉을 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거기에 포함된다.

바람둥이 속물 변호사 이태조(이동욱)와 정의감 넘치는 열혈 변호사 강은호(김현주)가 파트너로 맡게 된 두 번째 사건은 대한민국 톱 여배우 정해숙(이혜숙)의 청부살인 혐의를 그린다. 막간을 이용해 이동욱은 소리 내어 변론문을 읽고 김현주는 정신없이 서류를 보며 밑줄을 긋는 시간, MBC <내조의 여왕>의 한준혁으로 최고의 캐릭터 연기를 펼쳤던 최철호는 이태조의 형이자 적인 냉철한 변호사 이영우의 가면을 잠시 벗고 여전한 개그 본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래서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은 서로 핏대를 세우고 고함을 지르지만 카메라가 꺼지는 순간 이동욱은 “얄미운 건 이 집안 내력인가 보다”라며 웃고, 다음 신을 준비하기 위해 최철호에게 다가와 “형, 이 대사 좀 맞춰 봐요”라며 말을 건다. 비록 바쁜 일정 탓에 ‘무박 2일’에 가까운 촬영 일정을 연일 소화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파트너십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파트너> 현장의 모습이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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