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선, 배철수, 손석희, 이문세, 김혜영, 지상렬, 이무송, 최화정, 김영철, 강수지, 송은이, 원미연…평소라면 한산할 목요일 오전, MBC 방송센터 3층 로비에 대한민국 라디오 인기 DJ와 방송인들이 속속 모여든다. 오상진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MBC 엄기영 사장까지 참석한 이 자리는 10년 이상 MBC 라디오를 진행한 이들에게 수여되는 ‘2009 브론즈 마우스 헌정식’이다.

MBC 표준 FM에서 <여성시대>로 매일 아침을 여는 양희은과 나른한 오후의 식곤증을 날려 주는 <지상렬·노사연의 2시 만세>의 노사연이 오늘의 주인공, 전국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과 울고 웃으며 자신의 갱년기를 <여성시대>와 함께 보냈다는 양희은이 “71년 4월부터 방송을 시작했지만 <여성시대>는 제 인생에서 가장 거대한 학교로부터 정말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고 배우는 법을 가르쳐 준 방송입니다. 함께 고생하며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제작진,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준 작가들에겐 ‘브론즈 핑거’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라는 소감을 발표하자 분위기가 잠시 숙연해진다. 라디오 진행을 오래 했지만 “사실은 말을 많이 더듬는다”고 고백하는 노사연은 정성스레 적은 수상 소감을 들고 나와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편성에 쫓기다 보면 정작 대상 수상자의 수상소감은 뚝 잘려나가곤 하는 연말 시상식과는 사뭇 다르게 모두들 라디오 사연을 들을 때처럼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헌정식이 끝나고 기념촬영 시간이 되자 MBC는 물론 SBS와 KBS에서 자신의 방송도 제쳐둔 채 달려온 동료들이 저마다 꽃을 들고 달려나온다. 비록 올해 가장 큰 시상식은 아니지만 가장 훈훈한 시상식은 아마 이 ‘브론즈 마우스 헌정식’이 아닐까.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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