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울지마> MBC 월-금 저녁 8시 15분
지루하게 엎치락뒤치락하던 네 남녀의 애정극이 마지막 관문에 다다랐다. 돌아온 악녀 서영(오승현)의 집착과 현우 모(이미영)의 이기적인 모정은 미수(이유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고,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아버지의 묘소에서 운명적으로 영민(이정진)을 만난 미수는 “내가 벌레는 아니잖아요”라며 오열하다 정신을 잃고 말았다. 예고에 따르면 둘은 순정남 현우(이상윤)의 애원과 돌아온 악녀 서영(오승현)의 분노를 뿌리치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며 절대사랑을 약속할 전망이다. 세부적인 줄거리는 달라도 <사랑해, 울지마>가 택한 전략은 SBS <아내의 유혹>과 다르지 않았다. 남녀 주인공의 숭고한 사랑을 위해, 나아가 연속극 시청률에 좌우되는 9시 뉴스 시청률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뉴스 시청률이 보증하는 채널 이미지를 위해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염치와 사건의 개연성을 아낌없이 훼손했다. 그 결과 <사랑해, 울지마>는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남의 귀한 집 자식에게 정신적 학대를 자행하는 공포물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 ‘나쁜 드라마’가 지키려던 ‘좋은 뉴스’는 주지하다시피 시청률은 고사하고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처지가 되었으니, 사람을 초주검 상태까지 몰아넣고는 막판에 와서야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낸다”며 황급히 갈등을 봉합하려는 <사랑해, 울지마>의 결론은 이 드라마의 대부분을 채웠던 미수-영민의 눈물과 한숨만큼이나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글 김은영

<위기탈출 넘버원> KBS 월 저녁 9시
예능이기도 하면서 정보 전달을 위한 프로그램. <위기탈출 넘버원>은 일상생활에서 간과하기 쉬운 안전수칙 정보를 알려주는 유익한 오락 프로그램이다. 매주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하는데 어제는 자전거 이용이 늘면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것이 중심 꼭지였다. 방송을 보면서 또 새삼 느끼는 거지만, 요즘은 자전거 이용을 나라 차원에서 장려하기도 하고, 하이엔드 자전거에 대한 열풍도 마찬가지로 불고 있다. 그러므로 자전거 안전 수칙 정보와 현재 도로와 자전거 이용자들의 매너 실태를 알려준 방송 구성은 흥미로웠다. 몰래카메라로 목동 오목교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달리는 위험한 자전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무심코 잊고 살았던 자전거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웠다. 자동차가 달릴 경우 나타나는 ‘쏠림’현상에 대한 주의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찻길 오른쪽으로 달리라는 정보. 너무도 당연하지만 꼭 지켜야 하는 안전수칙, 보호장구 갖추기와 자동차 도로로 달리지 말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실험맨이 등장하고 같은 성우가 활약하는 <스펀지>류의 프로그램이라 말할 수 있는 <위기탈출 넘버원>은 아무리 정보 전달이 우선이라고 해도, 버라이어티 선수들을 투입한 프로그램치고 너무 건조하다. 관심 가는 분야가 나오더라도 다른 프로그램에 기웃거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가 어렵다. 이런 양식의 프로그램이 <스펀지>의 위대한 유산임은 알고 있다. 그리고 리얼 버라이어티나 노래자랑과는 또다른 의도를 가진 좋은 프로그램인 것도 알지만, 볼 때마다 점점 재미라는 측면에서 한계가 느껴진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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