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나침반> SBS 금 밤 11시 5분
‘텐프로’ 여성과 바람둥이 남성이라는 선정적 게스트를 내세워 시선을 끌긴 했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이 진정한 승부수를 띄워야하는 쪽은 호스트들이다. 소설가 이외수,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개그우먼 김현숙, 연애 칼럼니스트 임경선, 정신과 전문의 송형석 등 막강 패널들이게스트의 고민에 대해 얼마나 예리하게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가가 <황금나침반> 성패의 열쇠라는 얘기다. 이들이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첫 회는 그래서 밋밋한 방송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각각의 분야에서는 뚜렷한 존재감을 지닌 이들이지만 정작 방송에서는 프로그램에 맞는 개성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했고 게스트들에 대한 질문과 조언 또한 피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게스트 김시은 씨의 경우에는 ‘텐프로’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갖고 있는 사회적이고 복합적인 논점 때문에 호스트들이 솔직한 말을 아끼고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그녀의 상황에 대한 진단도 흔한 도덕적 딜레마 문제에 머무르고 말았다. 카사노바라는 두 번째 게스트 박용태 씨는 이미 ‘사랑이 쉬운 남자’라는 타이틀에서부터 문제점에 대한 판단과 해답이 뻔한 경우였기 때문에 역시 참신한 분석도 조언도 나오지 못했다. <황금나침반>은 게스트를 진단하기 전에 스스로의 문제점 먼저 예리하게 분석하고 해결해야 할 것 같다.
글 김선영

<솔약국집 아들들> kBS 일 밤 7시 55분
<솔약국집 아들들>은 착하고 순한 드라마다. ‘막장’이라 불리던 드라마들이 한참 위세를 떨친 뒤라 그 선함이 더욱더 순도 깊게 다가온다. 이 드라마에는 뻔한 설정들이 많다. 출생의 비밀, 불치병에 걸린 사람, 성격이 다른 두 가족의 대비 등등. 그런데 <솔약국집 아들들>은 이런 설정들을 무한 갈등으로 팽창시키며 보는 이를 피로하게 만드는 대신 따뜻하고 수더분하게 풀고 있다. 지난 주, 오은지(유하나)를 딸처럼 키웠던 큰엄마(김혜옥)가 20년 만에 은지 친엄마를 만난 뒤 헤어지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그게 독하지가 않다. 큰엄마가 홀로 벤치에 앉아 통곡하다가 송선풍(한상진)을 만나게 되는 장면은 적당히 유머러스하기까지 해, 그녀의 현재 심정을 전하면서도 정도 이상으로 장면이 심각해지는 걸 막고 있다. 또 김혜림(최지나)이 죽을병에 걸렸단 사실을 가족들이 알게 되는 장면도 나온다. 이 역시도 끝간 데 모르는 신파가 아니라 ‘언니가 우리를 돌봤듯 이번엔 우리가 언니를 돌보자’ 하며 서로를 감싸 안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번져간다. <솔약국집 아들들>은 그래서 보는 마음이 편하다. 보고 있으면 기분 좋다. 만날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송광호(백일섭)와 오영달(김용건)이,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달리 서로의 자녀를 사윗감으로, 며느릿감으로 욕심내는 드라마. 시꺼먼 사내새끼 넷 키운다고 고생해서 애는 진절머리가 난다고 걸어진 입으로 소리치던 엄마가 결국 남의 새끼를 내치진 못하는 드라마. 그 선함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다.
글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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