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MBC 수 저녁 11시 5분
게스트가 ‘여기가 무릎이 닿기도 전에 모든 걸 꿰뚫어 본다는…’이라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펼쳐지는 ‘무릎 팍 도사’의 짧은 오프닝은, 아무 의미가 없는 듯 보이면서도 의외로 토크의 핵심을 찌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MBC의 야구해설자 허구연이 문을 열자마자 건도와 올밴의 야구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중간에 강호동이 등장하자 건도는 ‘1박 2일!’을 외친다. 작년 ‘1박 2일’ 사직구장 특집 때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패러디한 것이다.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하는 게스트는 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 혹은 끌어낼 과거지사가 많은 연예인들이었다가, 점차 연예계를 넘어 한 분야의 1인자들로 변화의 과정을 겪어왔다. 하지만 게스트가 어떻게 강호동과 맞서는지, 그 기 싸움에 따라 이 토크쇼의 ‘재미’가 결정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게스트의 기가 셀수록, 곧 강호동과 계속 주고받아야 하는 대화에서 게스트가 밀리지 않을수록 ‘무릎 팍 도사’의 재미는 커진다. 건도와 올밴이 있다 하더라도 ‘무릎 팍 도사’는 궁극적으로 강호동과 게스트의 1:1 토크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허구연은 ‘무릎 팍 도사’의 장점을 아주 잘 드러내주는 게스트였다. 강호동의 전문 분야인 스포츠 관련 인물이며, 오랜 해설 경력으로 뛰어난 입담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문제의 ‘1박 2일’ 사건에 대해 ‘강호동 씨라서 많이 참았어요’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기가 세다. 허구라라는 별명이 떠오르는 ‘자기 자랑’과 ‘야구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던 어제의 1부도 재미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자랑을 할 수 없는 눈물 섞인 이야기가 등장하는 2부는 더욱 기대된다. ‘1박 2일’에 대한 이야기는 끝났지만, 감동의 베이징 올림픽과 한일전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남아있다.
글 윤이나

<불만 제로> MBC 수 저녁 6시 50분
어제 <불만 제로>를 보고 있자니 모래를 집어 먹고 회충에 감염된 자폐아가 등장했던 <하우스> 시즌 3의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이제 부모님들은 모래 놀이하는 아이들을 더욱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놀이터 모래가 야생동물들의 분변과 쓰레기로 오염된 상태라고 <불만 제로>가 보도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지저분한 모래 놀이는 아예 금지시켜야 좋을까. 어제 방송에 출연한 한 아동발달학자의 말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모래 놀이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 모래 오염은 정기적인 소독으로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불만 제로>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어떤 문제점은 결코 하나의 원인이 작동한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관리, 규제 시스템의 부재부터 시작해서 업체들의 비양심 그리고 이용자들의 무관심까지 연결되어 있는 총체적 난국이다. 놀이터 문제만 해도 정부의 위생 관리 기준이 전무하고 관리하는 측에서도 아예 위생에 대한 인식이 없다. 놀이터를 오가는 이들이 생각 없이 버린 담배꽁초나 술병 등의 쓰레기도 결국 이것이 우리 모두의 부끄러움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불만 제로>가 단순히 문제점 고발에만 그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증거일 것이다. 여러 의혹이 제기되었던 시간대 이동은 이 프로그램의 앞날을 걱정하게 하지만 <불만 제로>는 여전히 건재하다.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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