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내> SBS 월-금 밤 7시 15분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불륜은 반복된다. 한 번은 SBS <아내의 유혹>으로, 한 번은 SBS <두 아내>로. <두 아내>는 <아내의 유혹>과 정반대의 방법으로 불륜에 접근한다. 한 회만에 불륜의 전모가 밝혀지는 속도감도 없고, 교빈(변우민)이나 애리(김서형)같은 과장된 캐릭터도 없다. 철수(김호진)는 아내 영희(김지영)와 어머니(김용림)에게 지숙(손태영)과의 불륜을 들키자 지숙의 딸이 자신의 딸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지숙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염치는 있고, 그의 어머니는 철수를 나무랄 만큼의 상식은 있다. <아내의 유혹>이 끝없는 자극을 추구했다면, <두 아내>는 나름 진지한 갈등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앞으로 철수가 사고로 기억 상실증을 얻고, 지숙이 철수의 기억에 잊혀질 것이라는 사실이 예고된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두 아내>는 이 갈등의 토대가 되는 철수와 지숙의 불륜을 튼튼하게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지숙이 기억을 잃은 철수마저 사랑할만큼 그에 대한 깊은 감정을 보여주기엔 “당신은 눈사람 같아요. 보고 있으면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 앞에서 녹아내리는 눈사람” 같은 대사는 ‘손발이 오글거릴’뿐이고, 그것을 학교 교사가 시켜 억지로 교과서 읽어내리 듯 하는 손태영과 김호진의 연기는 드라마의 장르를 코미디로 바꾼다. 지난 주 방영분에서 철수의 후배가 철수에게 한 말은 이 드라마에 그대로 적용된다. “선배 소설엔 치열함이 없어요. 근성이 없어.” <아내의 유혹>과 ‘다른 불륜’이라면, 좀 더 치열해질 필요가 있다.
글 강명석

<남자이야기> KBS2 월-화 밤 9시 55분
“이 땅에는 김신 씨 형과 같은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남자이야기>의 2막은 모든 것이 파괴되기 직전인 철거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려는 명도시장의 저 단순한 말은 신(박용하)의 사회적 개안을 이끌어낸다. 형처럼 자본의 무력에 희생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비극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 뒤에는 ‘서민 떨거지들’을 몰아내고 잘 사는 이들만을 위한 꿈의 도시를 건설하려는 심화된 자본주의의 상징 도우(김강우)가 있다. 그래서 이제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그리고 어느 편에 서서 싸워야하는지’를 분명히 알게 된 신의 싸움은 단순히 개인적인 복수심이 동력이었던 1막보다 훨씬 치열하고 거대한 투쟁이 된다. 그의 각성과 함께 뮤즈에만 머물던 드림팀 역시 세상 밖으로 나와 ‘가진 것 없는 자들’의 편에 선다. “난 여기서부터 싸울 거야”라는 신의 말이 송지나의 대한민국 3부작 프롤로그 격인 MBC <인간시장>의 이야기가 마무리됐던 철거촌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인간시장> 이후 20여 년이 흘렀지만 자본의 지배는 더 악랄해졌다. 장총찬에 이어 이 영웅담을 이끌어갈 신의 모습이 완벽한 도우에 비해 무력하고 평범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대신 그에겐 연대할 동료들이 있다. ‘착해서 약한 것이 아니라 혼자라서 약한 것’이라는 시장의 말은 신에게도 그 싸움을 지켜보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송지나의 3부작 완결편은 그렇게 2막에 이르러서야 정말 하고 싶은 싸움을 이야기한다.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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