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홀> SBS 수-목 밤 9시 55분
김은숙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는 이야기를 한 것처럼, <시티홀>의 첫 회 역시 인주시의 정치판을 풍자하며 캐릭터를 소개하는 전반부와, 두 주인공 신미래와 조국이 만난 뒤 엉뚱한 인연이 시작되는 후반부로 나뉘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연상시키는 인주시의회의 회의장 모습과 어디서나 정치하는 인간들을 비꼬는 풍자로 재미를 주었던 전반부에 비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평범한 코미디로 채운 후반부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유쾌하고, 따뜻하고, 정 많은 36세의 노처녀 신미래를 보고 있자면 배우 김선아의 전작 속 캐릭터들이 쉽게 상상되는 것 역시 안타까운 점이지만, <시티홀>은 아직 첫 회. 새롭게 등장할 인물들도 남아있고, 이야기는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후에 시장이 된다는 신미래는 분명 정치와 연애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될 텐데, <시티홀>의 성패 역시 정치이야기와 연애이야기 사이에서 어떻게 드라마의 균형을 잡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시티홀> 방영 도중 화면 하단에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가 나오는데, 드라마 제일 앞에서 인용된 정치에 대한 잠언과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었다.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
글 윤이나

<그저 바라보다가> KBS2 수-목 밤 9시 55분
“한지수(김아중)씨는 나중에 저 같은 사람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랑 한지수씨랑 둘만 알고 있는 이 비밀 때문에 평생 한지수씨를 기억하게 될 겁니다.” <그저 바라보다가>의 첫 회는 쥐뿔도 없이 착하기만 한 일반인 구동백(황정민)이 최고의 인기 탤런트 한지수를 우연히 만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건 동백에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아마 이제부턴 지수에게 있어서도 동백과의 만남은 기적이었단 걸 깨달아가는 과정이 그려질 것이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백이란 캐릭터였다. ‘첫인상조차 기억 안 날 정도로 밋밋한 사람이지만, 쪼개보고 뒤져보면 사랑스러운 남자.’ 그런 인물을 만들지 못한다면 이 드라마의 로맨틱한 사랑은 설득력을 잃고 만다. 그런데 다행히 동백은 비루하면서도 예쁘다. 저런 사람이라면 동료들한테 애물단지 취급당하면서도 공주의 맘을 훔치게 된다는, 동화 같은 얘기도 있을 법하다. 그건 동백을 연기한 황정민의 공이 크다. “사람들이 왜 사람들을 못 믿는지 정말 모르겠네요”라는 현실감 떨어지는 대사를 그처럼 어눌하면서도 신뢰감 있게 내뱉을 수 있는 배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저 바라보다가>는 동백의 매력 덕으로 예쁜 동화의 서막을 열었다. 지수의 다른 한 남자, 김강모(주상욱)가 속한 세계의 얘기가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까짓 그 정도야 뭐. 사실 이런 드라마는 재고 따지면서 보기보단 속아주며 보는 게 낫다. 그저 동백이 뿜어내는 순수한 행복 바이러스를 만끽하며, 지수가 그를 보며 웃듯 우리도 그를 보며 함께 웃으면 되는 거다.
글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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