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보고 드라마를 고르고, 감독을 보고 영화를 고르는 시대. <지금은 꽃미남 시대>의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두 사람은 지난겨울, <아이돌 군단의 떴다, 그녀!>로 주목을 받았던 이윤화 PD와 김현경 작가다. ‘꽃미남 없는 꽃미남 토크쇼’를 기획하면서 이들이 MC로 섭외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 박명수, 유세윤, 에픽하이의 투컷츠, 그리고 유일한 미남이자 오늘의 희생양인 유키스의 일라이다. 제작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명수는 ‘쁘띠’한 모자를 머리 한 귀퉁이에 쓰고서 귀여움을 뽐내고, 유세윤은 한쪽 눈에만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를 칠하고 등장해 특유의 범접 불가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한 치수 작은 듯 한 옷을 단정히 입고서 “강호동, 유재석의 시대는 갔어!”라고 외치는 박명수의 모습은 실제로 보기에도 <배트맨>시리즈에 등장하는 악당처럼 기묘하게 거칠다. 그러나 사실 호통치고, 막말을 퍼붓는 그의 모습은 카메라 앞에서만 발산되는 그의 캐릭터일 뿐이다. 테이프를 교체하는 잠깐의 휴식시간, 직업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민서 애비’로 돌아간 박명수는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일라이에게 “편하게 얘기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 편집하고 그러면 되니까 너무 걱정 말고.”라며 조언을 건네고, 오늘의 미남으로 초대된 2AM에게는 “웃기려고 그런 거야… 미안해, 슬옹아.”하고 멋쩍은 사과를 건넨다. 게다가 촬영 중간 중간 작가와 PD에게 “애드리브가 빵빵 터져야 할 텐데, 어뜩하냐. 미안해.”하고 소심한 멘트를 던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누가 이 남자에게 돌을 던지랴’는 생각이 든다. 이미 미용실 밖에는 심야의 찬바람이 골목을 휘젓고 있지만, 아직 오늘 녹화는 반이나 더 남았다. 다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박명수의 한마디마다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귀에 익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작가와 PD. 그래, 그 이상의 격려가 어디 있겠는가.

오늘 현장의 한마디 : “이러고 일산에서 왔어요.”

미남 2AM이 떠난 자리, 채 아쉬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한 남자가 등장했다. 목 끝까지 채워 올렸던 지퍼를 열고 겉옷을 벗기가 무섭게 좁은 미용실은 탄성으로 가득 차오른다. MBC <무한도전> ‘코리안 돌+아이’ 특집에 출연했던 MBC 공채 개그맨 김경진이 돌+아이용 레드카펫 복장 그대로 미용실을 찾은 것이다. 어디서 분장을 하고 왔냐는 질문에 그가 답한다. “이러고 일산에서 왔어요. 택시타고요. 오늘 <개그야>회의가 있어서 녹화 하고 다시 일산까지 가야 해요. 하아……”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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