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급하다. 생방송 15분 전, 막 리허설을 끝낸 SS501을 본 소녀 팬들은 “오빠! 오빠!”를 외치기에 여념이 없다. 아무래도 목소리가 오빠들에게 전해지지 않는 것 같은지 급기야 “규종아!”하는 단말마가 터져 나온다. 뭐라고 부르건 진눈깨비가 흩뿌리는 추운 날 저녁, 자신들을 보러 상암 누리꿈 스퀘어까지 와 준 팬들이 고마운지 김규종은 친절하게 웃으며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준다. ‘지조 있게 오공일’이라고 쓴 종이 피켓이 허공에서 흔들리고, 소녀들의 함성 소리에 스튜디오는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것만 같다. 그러나 유키스가 카메라 앞에 자리를 잡고, m.net <엠 카운트다운>의 생방송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객석에는 질서가 찾아든다. 오히려 이제부터 바빠지는 것은 한 손에는 카메라, 한 손에는 노트북을 들고 실시간으로 가수들의 사진을 포토뉴스로 전송하는 취재진들이다.

전체적인 프로그램은 생방송으로 진행되지만, 원활한 방송을 위해 <엠 카운트다운>은 몇몇 무대를 사전 녹화로 내보내고 있다. 그래서 방송에 사전 녹화분이 나가고 있는 동안, 사실 카메라는 무대를 비추고 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순서대로 가수들은 무대에 등장한다. 많은 관객은 아니지만 스튜디오를 찾아 준 소녀들에게 인사도 하고, 사진을 위한 포즈도 잡아주기 위해서다. 그런 가수들을 위해 소녀들은 비록 방송으로 보여지지는 않겠지만 “강창모!” “이홍기!” 가수들의 본명을 호명하며 응원을 보낸다. 특히 2AM은 사전 녹화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에서 거의 실제나 다름없는 공연 태도를 보여 소녀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대기하는 동안에도 다른 가수의 노랫소리에 연신 몸을 흔들며 녹화를 즐기는 정진운이나 미인대회 우승자처럼 구석구석까지 손을 흔들어주다 계단에서 미끄러져버린 조권의 순수한 마음에 보내는 환호 일지도 모르겠다. 승리의 ‘스트롱 베이비’가 세 번째 1위로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며 막을 내린 이날 방송은 큰 사고 없이 마무리 되었다. 카메라 뒤에서 끊임없이 뛰어 다니는 수많은 스텝들, 몇 분의 노래를 위해 하루 종일 대기했을 가수들 덕분에 오늘도 쇼는 계속 된다.

오늘 현장의 한마디 : “비비디바비디부”

공개방송 현장에서 관객들은 가수들에 비해 긴장을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이들은 관람의 프로들인 셈. 언제 마음껏 오빠를 연호해도 되고, 언제 침묵해야 하는지 귀신같이 알고 있지만 각자 손에 든 응원도구는 이들이 오늘 현장에 모인 목적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소녀들이 한 마음이 되는 때가 있다. 스튜디오의 대형 화면에서 막간 광고가 흘러나오자, 제각기 다른 이야기로 와글거리던 소녀들이 갑자기 입을 모아 광고 속 노래를 합창한다. “생각되고 하면 되고~ 비비디바비디부!” 신데렐라에 나오는 호박 요정의 주문을 노래하며, 소녀들은 각자 자신의 ‘오빠’가 대박 나는 소원을 빌었겠지만 정작 대박 난 것은 열 히트곡 부럽지 않을 만큼 잘 만든 CM송 하나임을 확인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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