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마저 메말라가는 도시에서 과연 강호의 도는 부활할 수 있을까. 2008년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무림 고수들의 한 판 승부를 그린 MBC드라마넷 <서울 무림전>의 제작발표회가 15일 오후 4시 용산 CGV에서 진행됐다. 이번 제작발표회에는 MBC드라마넷 장근복 사장과 케이블 PP(프로그램 제공자)협의회 서병호 회장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고, 연출을 맡은 이정효 감독과 배우 박기웅, 장희진, 한혜원, 이주석, 문세윤, 장지은, 박리디아, 김효서, 홍경연이 참석했다.

절세비급을 찾기 위해 서울에 모여든 무림 고수들

“매년 한 번씩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는 MBC드라마넷의 새 프로그램을 보며 축하할 수밖에 없어 참석했다”는 서병호 회장의 말처럼 <서울 무림전>은 케이블만이 소화 할 수 있는 독특한 설정을 보여준다. <사조영웅전>이나 <소오강호> 같은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고수들이 현대에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해 그들이 절세비급을 찾아 도심에 출두한다는 설정이다. 이제는 무협이라는 장르 자체를 보기 힘들기도 하지만 이들 고수가 서울이라는 무대에서 경공으로 냉동차 위에 올라타고, 스카프를 봉처럼 휘두르는 모습은 특히 이색적이다. 하지만 이런 상상력만큼 중요한 건 역시 영상의 ‘때깔’이다. 이 부분에서 1시간여의 시사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와이어 액션은 너무 붕 뜬 느낌이고, 흑마교 무리의 팔에서 칼이 나오는 모습은 과거 <벡터맨>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가편집본이라 컷의 밀도가 떨어지고, CG 작업이 끝나지 않아” 그럴 뿐이라는 이정효 감독의 말을 믿는다면 12월 20일 밤 11시, 첫 방송 때는 훨씬 사실감 넘치는 고수들의 액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니 고수 집안의 아들 김동해, 박기웅

나이 스물다섯에 직업은 없고, 동네 형인 만기(문세윤)과 오락실에서 게임하는 게 낙인 철없는 청춘이다. 하지만 휴대전화에 어머니 선화(홍경연)를 ‘내사랑송여사’라고 저장할 정도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그런 어머니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면 집단에 잡혀가자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무림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착한 성격도 성격이지만 25년 동안 분식집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실은 강호를 주름잡던 흑마교 수제자이고, 돌아가신 아버지는 무림정파 진산파의 수제자라는 설정을 볼 때 동해는 마치 무당파 장취산과 천응교 은소소의 아들인 <의천도룡기> 장무기를 연상케 한다. “원래 복싱을 약간 했기 때문에 액션팀에서 내 액션 중 그런 부분을 살려주셨다. 장점을 잘 이끌어내 주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사파 출신의 말괄량이 고수 소청비, 장희진

스니커즈를 신고 입에는 막대 사탕을 물고 다니는, 어딜 봐도 고수라고는 보이지 않는 말괄량이다. 하지만 몰래 막대사탕을 던져 흑마교 수제자 출신인 선화에게 타격을 입힐 정도로 암기술이 뛰어나다. 사파인 백초파 수장인 소부열(정규수)의 외동딸이고 동해를 통해 절세비급 금강진경을 찾아내려 하지만 오히려 같은 또래인 동해와 티격태격 싸우다가 정이 든다. 사파라고는 하지만 극악한 마도의 무리인 흑마교와 비교하면 악랄할 것도, 정파인 진산파와 특별히 다를 것도 없다. 오히려 입을 꼭 다문 채 무표정한 진산파 사람들보다는 훨씬 인간미 있어 보인다. “사실은 고소공포증이 심해서 와이어 액션이 힘들었다. 운동을 해본 적도 없어서 겁도 많이 났고. 하지만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림계의 엄친아 은치우, 이주석

무협의 세계란 그렇다. 동사가 있으면 서독도 있어야 한다. 주인공인 동해가 무림인으로서 최고의 핏줄을 타고 났지만 무공과는 상관없는 인생을 살았다면, 치우는 정반대로 태생은 불분명하지만 진산파 안에서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항상 서늘한 표정인 것도 정 많은 동해와 대조적이다. 무공도 뛰어나고 상황 판단도 빠르고 진산파 수장 한학주(권성덕)의 손녀 한설(한예진)과 정혼을 맺은 사이니 부족할 게 없어 보이지만 실은 조작된 기억 때문에 진산파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있다.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하지만 결국 고수로 성장하는 동해와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일전을 벌이게 된다. “항상 출연작에서 막내였는데 이번엔 선생님들을 빼면 내가 제일 나이가 많다. 그래서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현장이었다.”

진산파 최고의 브레인 한설, 한예원

등장인물 대부분이 하늘을 날고 칼을 휘두르는 드라마 안에서 가장 조용하고 차분한 인물이다. 진산파 수장 한학주의 손녀지만 몸이 워낙 약해 무공을 습득하지 못했다. 대신 머리가 좋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해 무공 이론과 무림 계보, 심지어 암호해독에까지 조예가 깊다. 마음도 따뜻해 할아버지와 치우가 흑마교 출신인 선화의 안위보다는 금강진경을 찾는 것에 급급한 것과 달리 진심으로 동해의 처지를 안타까워한다. “전작 <온에어>에서 얌체 이미지가 강해서 고민이 많았다. 원래 어수선한 성격이라 캐릭터에 맞게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
무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액션이다. tvN <맞짱>처럼 현대적 무술의 고수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무림의 비급을 지닌 고수가 현대에 출현한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서울 무림전>의 액션은 퓨전을 지향한다. 즉 경공술로 하늘을 날 때는 전통 무협의 분위기로, 도심에서 다수로 싸울 때는 ‘다찌’ 신의 느낌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정효 감독이 액션팀 트리플A와 상의한 것은 현실에서 들고 다닐 수 있는 무언가를 이용해 독특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니 주인공들이 평소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다니던 소품들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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