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제작자와 시청자를 비롯해 국내 미드팬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던 미국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 이하 SAG)의 파업 추진과정에 생각지 못한 장애물이 등장했다. 그것도 동업자들과 조합 내부에서 등장한 것이라 더욱 주목할 만하다. 130여 명에 달하는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SAG의 파업 찬반투표에 대해 반대 서한을 보내고, SAG 뉴욕 지부 역시 지금 파업 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AG의 파업 움직임은 지난 미국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이하 WGA)의 파업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영화방송제작가연합(Alliance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Producers, 이하 AMPTP)과의 분쟁 때문에 생겼다. AMPTP는 DVD 및 인터넷 VOD 서비스와 같은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SAG 조합원들을 쓰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요구했고 SAG는 소속 조합원들의 권리를 위해 반대했다. 때문에 지난 11월 21, 22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두 단체의 협상이 진행됐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SAG는 내년 1월 2일 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시청자들을 비롯해 다른 단체들의 지지를 받았던 WGA 파업과는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경제 위기 때는 파업 불가?

AMPTP는 SAG의 파업이 영화 및 드라마 산업에 몰고 올 금전적 피해를 지적하며 SAG가 미국의 경제 위기를 빌미 삼아 파업을 추진하려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물론 AMPTP 역시 협상 결렬의 한 주체라는 걸 생각하면 파업으로 발생할 모든 피해를 SAG 탓으로 돌리는 건 무리가 있다. SAG 측 역시 “AMPTP의 광고는 거대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은 미국 현지 분위기 때문에 AMPTP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실정이다. 조지 클루니, 톰 행크스, 케빈 스페이시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 130여 명은 SAG 앨런 로젠버그 회장에게 “조합이 싸우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지하지만 지금은 파업을 할 때가 아니”라는 요지의 서한을 보냈다. SAG 대표위원 71명 중 14명이 속한 뉴욕지부도 나라가 휘청거릴 정도의 경제 위기에서 파업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파업을 하는 대신 오랜 협상을 제대로 매듭지을 새 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것도 아닌 조합 내부의 목소리인 만큼 미국 현지에서는 뉴욕 지부의 반대가 SAG의 파업을 막을 마지막 장애물이라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비판을 모두 감수하고 파업을 진행한다면 WGA 파업 때처럼 드라마 대부분의 제작이 멈춰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SAG보다 상대적으로 조합원 수가 적은 연기자 단체인 미국방송예술인연맹(American Federation of Television and Radio Artists)이 피해를 입는 등 다양한 연쇄 반응이 일어날 것이다.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와 파업 이후 생길 연쇄반응을 고려해 SAG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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