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즌 1 방송을 마친 케이블 채널 FX의 <선즈 오브 아나키> (Sons of Anarchy)는 집중이 필요한 시리즈다. 워낙 낯익은 얼굴이 많이 나오는 것도 그렇지만, 이들이 강한 인상을 준 캐릭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선즈 오브 아나키>는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위치한 가상 마을 ‘차밍’을 배경으로 한 모터사이클 갱단의 이야기다. 시리즈 제목은 갱단의 명칭에서 유래된 것이지만, 실제 갱단의 명칭은 ‘The Sons of Anarchy Motorcycle Club, Redwood Original’로 줄여서 ‘샘크로’ (SAMCRO)로 불려진다. 오래되고 악명높은 실제 폭주족(hell`s angel)들이 전문 조언자로 참여했다는 이 시리즈는 가끔 유머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는 하지만, FX의 <쉴드>, <데미지> 등 시리즈들처럼 심각하고, 잔인하다. 하지만 그 낯익은 배우들 때문에 이야기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스키너 국장님 vs 헬보이, 누가 이길까



주인공 잭스(왼쪽)는 친부의 자서전을 읽은 뒤, 클럽의 대표이자 양부인 클레이에게 맞서게 된다.
우선 클럽의 대표는 1967년 오리지널 창단멤버 중 가장 어렸던 ‘클레이’로 영화 <헬보이> 시리즈로 유명한 론 펄먼이다. 클레이의 양아들이자 클럽의 부대표는 ‘잭스’ 로, 영국 오리지널 버전 <퀴어 애즈 포크>로 알려진 미남 찰리 헌냄이 출연한다. 클레이의 부인이자, 잭스의 어머니로 클럽 멤버들과 이들의 애인 혹은 부인들을 보이지 않게 조종하는 젬마 역에는 <매리드 위드 칠드런>에서 페기 번디로 사랑받은 케이티 새갈이 나온다. 여기에 마지막 한방은 1990년대 컬트 시리즈 에서 멀더와 스컬리를 돌봐주던 스키너 부국장, 미치 필레기다. 그는 백인우월주의자 그룹인 노르딕스의 우두머리 어니스트 다비로 클레이와 대립한다. 서로 상극 관계에 있는 샘크로의 클레이와 노르딕스의 어니스트가 주먹싸움을 벌이는 장면이면 “어허, 헬보이랑 스키너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당근 헬보이!” 란 딴생각으로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선즈 오브 아나키>는 번쩍거리는 최신형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터프한 척 폼생폼사하는 ‘가짜’ 갱단 시리즈는 아니다. 이 시리즈의 기본 줄기는 셰익스피어 고전 <햄릿>과 <맥베스>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샘크로 서열 2위의 잭스는 잘생긴 외모까지 받쳐줘 차밍에서는 거의 왕자다. 눈길만 주면 넘어오지 않을 여자가 없지만, 마약중독자인 웬디(드리아 드 마테오)와 결혼하고 얼마 후 이혼한다. 하지만 당시 임신 중이었던 웬디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미숙아 아벨을 낳는다. 아버지가 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던 잭스는 언제 숨이 끊어질 지 모르는 아벨을 지켜 보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지금까지 샘크로에 맹목적으로 헌신했지만, 아들의 출생과 우연히 발견한 돌아가신 아버지의 자서전을 읽게 되면서 샘크로가 본래의 취지로 되돌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터프한 폭주족들을 누르는 더 강한 여자들



터프한 폭주족들(왼쪽)을 뒤에서 조종하는 클럽의 진정한 권력자 젬마.
잭스의 아버지가 초대 대표였던 샘크로는 본래 무정부주의를 추구하는 월남전 참전군인들이 모여 만든, 말 그대로 젊은이들의 이상적인 클럽이었다. 하지만 그가 살해 되고, 이후 클럽을 클레이가 맡게 되면서 샘크로는 불법 무기거래, 살인 등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하지만 잭스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젬마다. 젬마는 아들과 손자를 끔찍히 사랑하고, 남편 클레이에게는 헌신적인 아내로만 보이지만 알고보면 아들과 남편은 물론 클럽의 깊숙한 곳까지 관여하고, 교묘하게 조작하는 여왕이다. 시청자들은 젬마를 처음에는 <햄릿>의 나약한 여왕 거트루드로 보지만, 알고보면 그녀는 <맥베스>에서 남편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레이디 맥베스다. 잭스가 한 눈 팔지 않고 샘크로를 다음 세대로 이끌 리더로 등극하기를 원하는 젬마를 보고 있자면 도대체 아들이 성공하기를 원하는 건지, 뼛속까지 샘크로에 헌신적인 멤버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누리는 권력을 사랑하는 것인지 종잡기가 힘들다. 이상주의자였던 첫 남편 존의 죽음에도 관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 마저 든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터프한 샘크로 멤버들이 아닌 여성 캐릭터들이었다. 샘크로의 무기밀매를 소탕하기 위해 파견된 연방 ATF(US Bureau of Alcohol, Tobacco and Firearms) 여성 요원 준 스탈(앨리 워커)과 젬마가 슈퍼마켓에서 마주치는데, 10cm 간격으로 얼굴을 마주보며 이 두 여성들이 주고 받는 대화는 주먹이 오가거나, 총격전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훨씬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이미 시즌 2를 주문 받은 이 시리즈에서는 출연 배우들이 직접 할리 데이비슨을 몬다. 극중 사용하는 할리는 실제로 배우들이 오래 타고 연습을 해온 터라 여기저기 흠집이 있고, 흙먼지가 앉아 진짜 바이크 족들이 즐겨찾는 술집에 가져가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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