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람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의사와 요리사밖에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엔 그저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그 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최근 실감했다. <팀 바티스타의 영광> 때문이다. 현재 후지TV에서 방송되고 있는 *<팀 바티스타의 영광>은 병원에서 일어나는 수술 중 연쇄 사망 사고의 의문을 파헤치는 메디컬 미스터리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살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살려주십사 목숨을 맡긴 의사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능성에 대해 알려준다.

제목의 ‘바티스타’는 확장형 심근증의 치료 방법으로 부푼 심장을 잘라내어 작게 만드는 수술을 의미한다. 그리고 ‘팀 바티스타’는 성공률 60%의 어려운 수술로 알려진 이 바티스타 수술을 26번 연속 성공시켜 100%의 경이적인 성공률을 보여 온 토죠 의대 소속의 7명의 엘리트 집단을 일컫는다. 그런데 갑자기 세 번 연속 수술 중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영광의 팀 바티스타가 위기에 처한다. 원체 어려운 수술이고, 환자의 체력이 버티지 못할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수술이긴 하지만 의료 사고의 가능성이나 기계 결함도 아닌 원인 불명으로 환자가 연달아 사망했다. 단순히 환자의 불운으로만 돌리기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믿는 남자와 의심 하는 남자의 콤비 플레이

이 사건의 진상 조사를 위해 등장한 이들은 타구치&시라토리 콤비다. 심료내과의인 타구치(이토 아츠시)는 주로 하는 일이 환자들의 ‘구치(愚痴. 푸념, 불평이라는 뜻)’를 들어주는 것인 탓에 ‘구치외래의 구치(이름인 타구치에서 비롯됨)’라고 불린다. 병원 내 권력 관계나 출세 따위와는 상관없는 한직의 의사인 그가 병원장의 명령으로 팀 바티스타의 조사를 맡게 된다.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을 알아가길 좋아하는 온순한 성격인데다 주위로부터 ‘사람을 너무 믿는 게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남을 의심하지 못 하는 타구치에게 이 일을 맡긴 이유가 뭘까?

그리고 시라토리(나카무라 토오루)는 병원장과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이 조사에 합류하게 되는데 멀쩡한 외모와 달리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후생노동성 관리인 시라토리는 극중 인물들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을 열 받게 하는 데 천재’이자 ‘때려도 때려도 죽지 않는 바퀴벌레 같은 녀석’이다. 처음부터 이 사건을 사고가 아닌 ‘수술실이라는 밀실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이라고 생각한 시라토리는 공격적이고 거침없는 말투와 논리적인 추리를 바탕으로 사건을 파고 든다. 닮은 점이라곤 도통 없어 보이는 타구치와 시라토리. 그러나 철저히 믿는 남자 타구치와 철저히 의심하는 남자 시라토리는 의외로 멋진 콤비 플레이를 선보인다.

그래서 살인 사건이야? 우연이야?

미스터리답게 <팀 바티스타의 영광>는 살금살금 떡밥을 던지며 보는 이를 혼란 시킨다. 특히 이 작품엔 팀 바티스타의 리더이자 집도의인 키류를 비롯하여 조수인 외과의 카키타니와 사카이, 마취의 히무로, 임상공학기사 하바, 간호사 오오토모, 병리의 나루미까지 용의자가 무려 7명이나 된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범인으로 의심될 만한 동기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술 중 사망은 계속된다. 이것은 완벽하게 계획된 범죄다’라고 쓰여진 괴문서가 날아들거나, 사망 사건이 일어난 날엔 반드시 수술실에 장미가 든 유리 액자가 놓여있었던 사실이 밝혀지는 등 처음엔 단순한 사고라고 믿었던 타구치마저도 살인 사건을 의심하게 만드는 정황들이 계속된다.

이처럼 다수의 용의자가 등장하고 반전이 거듭되는 <팀 바티스타의 영광>을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그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팀원들은 물론 타구치와 시라토리에게도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환자 쪽에 감정이입을 한 채 보고 있다. 앞으로 의사가 될 확률보다는 환자가 될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은 나 같은 평범한 시청자에게 대학병원의 수술실이라는, 환자에겐 철저하게 배타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살인극은 말 그대로 살 떨리게 무섭지만 그래서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게다가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어쨌거나 하루 세 끼 잘 챙겨 먹고 틈틈이 운동하고 스트레스 적게 받아 결코 수술실에 들어가는 일 따위 없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니, 꽤 좋은 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팀 바티스타의 영광>은 현역 의사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지난 2월엔 아베 히로시, 타케우치 유코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었고 현재 속편도 촬영 중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범인과 결말은 드라마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따르기에 원작이나 영화를 본 사람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는 원작의 범인이 이미 누명의 가능성을 안은 채 살해당했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