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박지성이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인가? 그 팀이 무슨 월드컵에선가 우승하는 거 같던데 그건 뭐야?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씩, 그것도 국가 별로 출전하는 거잖아.
아, 클럽 월드컵 얘기구나. 네 말대로 월드컵은 국가 별로 대륙 예선을 거쳐서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이야. 우리나라는 아시아 예선을 거치고, 독일이나 잉글랜드는 유럽 예선을 거치는 식으로. 이렇게 각 대륙을 대표하는 팀이 모여서 세계 최고를 가린다는 면에서 클럽 월드컵도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돼. 대신 단위가 국가가 아니라 각 국가에 있는 축구팀인 거야. 우리나라로 따지면 한국 대표팀이 아니라 울산 현대나 수원 삼성 같은 팀들이 출전하는 거지.

그럼 그것도 대륙 예선을 거치는 거야?
정확히 말하면 클럽 월드컵을 위한 대륙 예선이 따로 있는 건 아니야. 대신 각 대륙 축구연맹이 주최하는 대회가 있고 그 대회 우승팀들이 클럽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어. 그러니까 유럽에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UEFA 챔스리그)가 있고, 아시아에서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AFC 챔스리그)가 있고, 남미에서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같은 대륙 최강 결정전이 있는데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클럽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거야. 이번에 우승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경우는 07-08시즌 UEFA 챔스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클럽 월드컵에 출전했고, 맨유와 결승전에서 붙은 팀인 리가 데 퀴토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팀이고.

그럼 그런 대륙 대회에는 그 대륙에 속해 있는 팀이면 다 출전할 수 있는 거야? 우리나라 수원 삼성이 AFC 챔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거냐고.
출전할 수 있지. 대신 그냥은 안 돼. 클럽 월드컵에 대륙 대회 챔피언이 출전할 수 있는 것처럼 자기 나라에서 진행하는 리그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대륙 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어. 그것도 아시아축구연맹에 속한 나라 중 FIFA랭킹 상위 14개 나라 기준이야. 다행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그 상위 14개 국가에 속하기 때문에 프로축구리그인 K리그 우승팀과 2, 3위 팀, 그리고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가 출전하는 FA컵 우승팀, 이렇게 네 팀이 AFC 챔스리그에 나갈 수 있어. 만약 전년도에 AFC 챔스리그에서 우승한 팀이 있다면 그 팀은 자동으로 출전할 수 있고.

그럼 우리나라도 AFC 챔스리그에서 우승하면 클럽 월드컵도 나가고, 잘하면 거기서 우승할 수도 있는 거야?
뭐, 되게 잘하면 가능하겠지. 엄청, 되게, 많이, 무진장. 기본적으로 AFC 챔스리그 우승 자체도 어렵지만 클럽 월드컵에 출전하는 다른 대륙 우승팀들, 그중에서도 UEFA 챔스리그 우승팀이랑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팀은 무지막지하게 강하거든. 아마 웬만한 나라 국가대표보다 강할 거야. 특히 UEFA 챔스리그에는 소위 빅3리그라고 불리는 프리미어리그, 세리에A, 프리메라리가 상위팀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클럽 월드컵보다도 UEFA 챔스리그에 더 관심을 가질 정도야.

그 빅3리그라는 건 대체 어느 나라 리그인 건데?
우선 너도 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예전에 이영표가 뛰었던 토트넘 같은 팀이 있는 프리미어리그는 영국 프로리그야. 맨유 뿐 아니라 첼시, 아스날, 리버풀 같은 명문 팀이 있지. 특히 라이벌인 맨유와 첼시는 세계 최고의 팀을 꼽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한 팀이야.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난리가 났던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그리고 예전에 월드컵 때 안정환이 이탈리아 상대로 역전 골든골 넣었다고 이탈리아 페루지아라는 팀에서 퇴출되었던 거 기억해? 그 페루지아가 속한 리그가 이탈리아의 세리에A야. 그리고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하면서 다들 ‘맨유, 맨유’하기 전에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했던 팀인 레알 마드리드 있잖아. 그 레알 마드리드가 속한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까지 해서 빅3리그라고 불러. 그건 그만큼 이들 리그의 수준이 높아서야. 클럽 월드컵이나 UEFA 챔스리그를 얘기했지만 사실 이런 빅3리그에서만 우승해도 세계 최강 운운할 수 있을 거야. 맨유 같은 경우 굳이 이번 클럽 월드컵 우승이 아니더라도 프리미어리그 최강 타이틀만으로도 세계적 클럽이 될 수 있는 거지.

그래봐야 한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리그인데 그 리그 우승팀이 세계 최강이라는 건 좀 과장 아닌가?
예전에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진출했다고 한국 야구계가 난리 났던 거 기억 안 나? 그런데 사실 메이저리그라고 해봤자 미국이란 나라의 프로야구 1군 경기일 뿐이잖아. 다만 그 하나의 리그에서 세계 각지의 야구 인재들이 뛰는 것뿐이지. 축구도 비슷하다고 보면 돼. 박지성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축구 정말 잘 하는 선수들을 데려와서 팀을 구성하기 때문에 방금 말한 빅3리그에 속하면 세계 축구의 최상위권에서 뛰는 거라고 볼 수 있어. 박지성이 있는 맨유만 봐도 루니와 호날두, 퍼디난드, 반 데르 사르 같은 초호화 진용을 자랑하니까.

사람 이름은 얘기해봤자 모르겠고, 그럼 새벽에 잠 안자고 보는 해외 축구가 이런 빅3리그인거야?
그렇지. MBC ESPN에서는 프리미어리그랑 UEFA 챔스리그를 중계하고, KBS N스포츠에서는 세리에A와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프랑스의 리그 앙을 중계해. SBS 스포츠에서는 이번 클럽 월드컵을 중계했고. 우리나라에서야 박지성 때문에 프리미어리그로 관심이 쏠리는 감이 있지만. 참, 왜 유럽에서는 축구를 새벽에 하는지 정도는 알겠지?

사람을 뭘로 보고. 그런데 그렇게 잠 안자고 밤새 축구 보면 피곤하지 않아?
피곤하지. 그래도 가끔은 그렇게 밤을 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으로 보내고 싶을 때도 있거든. 그런데 대체 왜 이번 달 25일 새벽에는 프리미어리그세리에A, 프리메라리가 어느 곳 하나 재방송 말고는 경기가 없는 거냐고! 아니, 화내는 게 아니라 새벽에 산타 할아버지 기다리는 동안 심심할까봐.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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