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팀은 왜 그렇게 숨을 헐떡거리며 에어로빅을 하는 건가요? 원래 유산소 운동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오랜 시간 할 수 있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무한도전> 팀의 체력이 그렇게 바닥인 건가요?

Q. 이번에 <무한도전> 팀이 에어로빅 도전하는 거 보니까 진짜 제대로 지옥훈련 하는 것 같던데? 에어로빅이 그렇게 힘든 운동이었어?
A. 사실 나도 생활체육 수준에서의 에어로빅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소개된 엘리트 스포츠로서의 에어로빅은 동작의 난이도를 떠나서 거의 무산소 운동에 가까운 형태인 거 같아.

Q. 무산소? 에어로빅은 유산소 운동 아니야? 무산소 운동은 헬스처럼 무거운 거 들었다 놨다 하는 그런 거잖아.
A. 많은 사람들이 그런 오해를 해. 심지어 에어로빅스(aerobics) 자체가 유산소 운동 전체를 포괄하는 말이기도 하고. 물론 유산소 운동으로 알려진 에어로빅이나 달리기, 수영 같은 운동들이 실제로 유산소 효과를 내는 게 사실이야. 그런데 사실 그건 종목의 문제가 아니거든. 너도 그 정도는 알겠지만 유산소 운동은 비교적 적은 힘을 들여 긴 시간 동안 움직이는 운동이야. 에어로빅이나 달리기 같은 운동이 이런 조건을 비교적 잘 충족하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으로 분류되는 거야. 그런데 만약 천천히 5㎞를 뛰는 대신 100m를 죽기 살기로 뛰면 그게 과연 유산소 운동일까? 에어로빅도 마찬가지야. 내가 봤을 때 그토록 격렬하게 1분 30초 동안 움직이는 건 거의 무산소 운동에 가까워. <무한도전> 팀의 체력이 전체적으로 평균 이하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숨을 헐떡거린 게 무리는 아니야.

Q. 그럼 동작을 맞추는 것도 맞추는 거지만 체력을 키우는 게 많이 중요하겠네? 그런데 보통 우리가 체력을 키울 땐 달리기, 그것도 오래 달리기를 하지 않아?
A. 아무래도 용어의 문제인 것 같은데 체력이란 말은 지치지 않는 능력을 뜻할 때가 많아. 그래서 지구력을 대표하는 운동인 오래 달리기가 체력을 대표하게 된 거고. 사실 오래 달리기의 효과를 무시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그런 류의 유산소 운동만 하면 근육이 감소되고, 이 때 여러 운동 종목이나 실생활에 필요한 ‘진정한’ 체력도 감소돼. 아무리 하루에 5㎞씩 조깅을 하면서 지구력을 키웠다고 해도, 아니 마라톤을 한다고 해도 이삿짐을 나를 때 무거운 박스를 몇 번 들고 움직였다고 팔이랑 다리가 풀린다면 체력이 좋다고 말할 수 없잖아. 우리가 흔히 실생활에서 ‘체력이 좋다’고 말하는 체력은 컨디셔닝 개념에 가까워. 사실 그 개념조차도 딱 고정되어 있는 건 아닌데 흔히 3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무산소에 가까울 정도로 강도 높게 유산소 운동을 하는 능력이라고 보면 돼. 이번에 <무한도전>에 소개된 에어로빅 체조에 필요한 것도 이런 컨디셔닝 능력이라고 볼 수 있을 거야.

Q. 그 체력인지 컨디셔닝인지를 늘리려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 건데?
A.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번에 <무한도전>에 소개된 버피가 컨디셔닝 증가 운동 중에서는 가장 유명해.

Q. PT 체조라고 했던 그거? 동작은 굉장히 단순하던데? 솔직히 그거 몇 개 하고 곡소리 내는 거 보니까 좀 한심하더라.
A. 버피 해 본 적 있어?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 제대로 몇 십 번 하면 잠깐 조상님 뵙고 오는 경험도 한다. 물론 아무리 준비 운동을 좀 ‘빡세게’ 했어도 버피 6번도 제대로 못 채우는 건 좀 문제가 있지. 하지만 그렇게 쉬워 보이는 동작을 하는데도 팔다리가 후들거리는 거야말로 버피가 왜 컨디셔닝 운동으로 각광받는지를 보여주는 거야.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 거야. 매일 조깅하거나 헬스클럽에서 근육 깨나 키웠다는 사람도 버피를 시키면 생각보다 금방 숨을 헐떡거릴 정도니까.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일어서는 과정에서 하체의 미는 힘, 엎드린 자세에서는 상체의 견디는 힘, 엎드린 상태에서 다리를 빠르게 당길 때는 하체의 당기는 힘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신 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돼. 그리고 <무한도전> 팀에게는 좀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엎드릴 때 빠르게 팔굽혀펴기를 하고 일어날 때 제자리 뛰기를 하면 효과가 더 좋아.

Q. 그럼 컨디셔닝 운동은 오래할 수록 좋겠네? 그래야 아무리 오래 일을 하거나 에어로빅을 해도 지치지 않을 거 아냐.
A. 그런 식으로 운동하다가는 허리케인 조처럼 하얗게 불태우고 재만 남기게 될 걸. 우선 엘리트 체육인이라고 해도 이번 <무한도전> 팀이 했던 것처럼 기본 스텝에 달리기, 버피 테스트,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펴기로 이뤄진 훈련을 쉬지 않고 30분 이상 하는 건 쉽지 않아.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죽어라 운동을 한다고 체력이 시간에 비례해서 향상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운동이든 충분한 휴식으로 재충전해주지 않으면 100% 효과를 볼 수 없어. 진짜 엘리트 체육에서는 휴식조차 훈련의 한 부분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휴식이 중요하거든. 사실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만화에서처럼 무인도에 가둬놓고 하루 종일 타이어 끌게 하는 건 힘들고 말고를 떠나 가장 비효율적인 훈련 방식이지.

Q. 그렇구나. 그럼 그렇게 체계적으로 체력 훈련이랑 유연성 훈련을 받으면 누구라도 에어로빅 체조처럼 어려운 종목에 도전할 수 있는 거야?
A. 물론이지. 타고난 재능의 차이는 있지만 훈련을 통해 육체적으로 고칠 수 없는 건 거의 없어. 박거성 머리숱이랑 정중앙 머리 크기만 빼면.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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