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김현기 PD(왼쪽부터), 배우 박신혜, 소형준 PD가 6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 창사 58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현기 PD(왼쪽부터), 배우 박신혜, 소형준 PD가 6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 창사 58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밀렵 당한 코끼리를 봤을 때 ‘(사람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년 8월쯤이 되면, 따뜻한 봄날이 되면 많은 코끼리들이 살생을 당한다는 이야기에 한 단어로는 정의되지 않는 수많은 감정들이 피어올랐죠. 참혹한 현실을 마주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납니다.”

배우 박신혜가 6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 창사 58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휴머니멀’은 인간(human)과 동물(animal)의 합성어로, 생명체의 삶과 죽음, 공존에 관해 다루는 UHD 5부작 다큐멘터리다. 김현기 PD와 소형준 PD가 연출을 맡았다.

배우 유해진, 류승룡, 박신혜는 현장 프레젠터로 참여해 태국, 미국, 짐바브웨 등 4개 대륙 10개국을 오가며 멸종 위기에 내몰린 야생동물의 현실을 전한다. 비인두암 투병으로 2년 반 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배우 김우빈은 ‘휴머니멀’ 내레이션으로 방송 활동을 재개한다.

김현기 PD가 6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 창사 58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현기 PD가 6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 창사 58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 PD는 “2018년 11월부터 1년 넘게 전 세계를 정신없이 돌아다녔는데 어느덧 방송 날이 다가와 감회가 새롭다”며 “작년 창사특집다큐멘터리 제목이 ‘곰’이었다. 너무 직접적이라 이번에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제목을 지어야겠다 생각했고, 휴먼과 애니멀을 어설프게나마 조합해봤다”고 밝혔다.

이어 김 PD는 “기존의 동물 다큐멘터리는 동물이 사는 곳에 찾아가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휴머니멀’은 거기서 한 발 나아가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는 데 무게를 두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세 명의 프레젠터에 대해 “유명한 셀럽들을 현장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현실로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세 분 모두 동물과 다큐멘터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고생할 걸 뻔히 알면서도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줘서 섭외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열약한 환경에도 불평 없이 밝은 얼굴로 함께해주고 제작진들보다 가슴 아픈 환경에 더욱 공감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소 PD도 “박신혜 씨가 갔던 아프리카 환경이 녹록치 않았다. 텐트에서 자야 했고, 벌레도 많았다. 그럼에도 박신혜 씨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같이 고생해줬다. 류승룡 씨도 28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힘든 여정에도 매분 매초를 즐겼다.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내줬다”며 고마워했다.

내레이터로 김우빈을 섭외한 과정도 밝혔다. 김 PD는 “유해진 선배와 저녁을 먹다 김우빈 씨 이야기가 나왔다. 두 분이 같은 헬스장을 다니는데 우빈 씨가 현재 매우 건강한 상태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내레이터로 제의를 드렸는데 다음날 바로 하겠다고 답을 줬다.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박신혜가 6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 창사 58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제작발표회에서 야생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전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박신혜가 6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 창사 58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제작발표회에서 야생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전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박신혜는 “처음에는 단순히 동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출연을 결정했다”며 “작년 8월 2주 간 아프리카에서 동물들과 함께 있으며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이 감정들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어 박신혜는 “케냐에서 북부 흰 코뿔소, 보츠와나에서 코끼리를 만났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만의 생존 방법부터 가족애까지 볼 수 있었다. 대자연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동물들을 보며 동물을 보기 위해 동물원에 갔던 내 모습이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인간을 위해 동물을 가둬 놓은 건 아닐까. 이게 옳은 일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박신혜는 “자연사한 코끼리와 밀렵 당한 코끼리의 모습이 다르다. 자연사한 코끼리는 상아가 그대로 남아있는 반면 밀렵 당한 코끼리들은 얼굴이 없는 채로 처참하게 죽어있다. 20마리가 넘는 코끼리들이 죽어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는데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손이 떨린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신혜는 “보츠와나에 가면 코끼리표지판이 있다. 원래 그 길은 코끼리가 지나다니는 길이었는데 인간들이 그 위에 도로를 깔았다. 그러다 보니 야간 운전 중에 코끼리와 부딪히는 사고가 많이 난다더라”면서 “인간들이 코끼리의 길을 뺏은 것 같아 미안했다”고 울컥했다.

김 PD는 “나는 앞으로 어떻게 동물들을 대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신혜는 “같이 공감해주고 아파해줬으면 좋겠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코끼리, 코뿔소를 비롯해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휴머니멀’은 6일 오후 8시 55분 처음 방송된다. 9일부터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5분 방송된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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