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JTBC ‘검사내전’ 방송화면.
JTBC ‘검사내전’ 방송화면.
훈훈한 시골 풍경만큼이나 따뜻한 검사들의 하루가 안방극장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퇴근 후에는 캔맥주로 스트레스를 날리는, 그동안 법정 드라마에 등장한 거칠고 딱딱한 검사들과는 180도 달랐다. JTBC 새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이다.

지난 16일 처음 방송된 ‘검사내전'(극본 극본 이현·서자연, 연출 이태곤)은 극의 배경인 시골 마을 진영의 풍경을 비추면서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물의 성격과 특이 사항 등의 소개는 이선웅(이선균 분)이 맡았다. 그는 모든 이들의 이력을 훑은 뒤 자신의 설명도 덧붙였다.

이선웅은 “나는 진영이 고향이다. 진영지청에 발령받은 지는 1년 됐다. 낚시를 하면서 지내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검사들의 유배지라고 불리는 남해안 끝자락의 진영지청. 욕심도 야망도 없이 살아가는 형사 2부 소속 이선웅 검사의 소개를 끝으로 평범한 ‘직장인 검사’들이 펼치는 이야기가 막을 올렸다.

김웅 검사가 쓴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는 ‘검사내전’은 JTBC 드라마 ‘청춘시대’ 시리즈를 만든 이태곤 PD가 연출을 맡고, 박연선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나섰다. 집필을 맡은 서자연·이현 작가는 원작의 장점을 살리면서 드라마만의 차별화 포인트도 녹였다.

첫 회부터 살아 숨 쉬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보는 이들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사기꾼 무당의 사건을 중심에 두고 12명의 검사들이 버티지 못하고 나간 309호의 저주를 버무려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무당은 “309호에 하이힐을 신고 실종된 어린아이가 지키고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309호의 공석으로 형사 1부보다 늘 검사 한 명 모자란 형사 2부의 부장검사 조민호(이성재 분)는 무당에게 받은 부적을 309호에 붙이면서 노력했으나, 열두 번째 검사마저 방에 들어오기도 전에 그만뒀다.

JTBC ‘검사내전’ 방송화면.
JTBC ‘검사내전’ 방송화면.
하지만 방송 말미 차명주(정려원 분)가 309호 앞을 서성이다 이선웅과 눈이 마주쳤다. “진영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 분은 어쩐 일로 여기에 왔을까?”라는 이선웅의 내레이션으로 첫 회의 마침표를 찍었다. 차명주는 11년 차 검사로, 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일하다 진영지청 형사 2부로 발령받은 인물이다. 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큰 사건을 맡았던 그가 어떤 이유로 진영에 오게 된 것인지, 많은 이들이 거쳐간 309호에 적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사내전’의 첫 회는 진영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경치와 더불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검사들의 일상에 비중을 뒀다. 불법 낚시를 하다 경찰에 체포된 이선웅의 웃지 못할 상황을 시작으로 퇴근한 뒤 캔맥주를 마시며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이선웅과 홍종학(김광규 분)은 그동안 법정 드라마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고, 냉철한 눈빛을 지닌 검사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오윤진(이상희 분)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검사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워킹맘’의 모습을 보여줬다.

관사에 모여앉은 이선웅과 홍종학, 이정환(안창환 분) 등은 TV를 돌리다 한 드라마에서 정치인과 만나 계략을 꾸미는 검사의 모습을 허무하게 바라봤다. 이때 이선웅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검사 하면 두 가지 이미지다. 정치검사나 대악과 싸우는 정의의 사도. 하지만 검사, 별거 없다. 하루 대부분을 1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보내고 제 키보다 높은 기록물과 지겹도록 싸운다.”

냉기가 흐를 것 같은 검찰청과 조사실. 정장을 차려입은 검사들과 수사관들이 등장하지만 다른 법정 드라마와는 다르게 ‘검사내전’에는 온기가 감돌았다. 필요할 때만 전략적으로 진영이 고향이라는 점을 앞세워 “어무이”를 외치는 이선웅부터 말끔한 자태로 후배들에게 화를 내면서도 309호에 들어올 검사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조민호, 어디에나 있을 법한 직장 상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홍종학, 생생한 연기로 공감을 이끌어낸 오윤진, 술에 취해 상사에게 반말도 서슴지 않고 할 말은 다 하는 김정우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면서 첫 회는 한층 풍성해졌다. 작품의 분위기에 걸맞는 소박하고 정겨운 출발로 다음 이야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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