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20일 방영된 tvN 수목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방송화면.
지난 20일 방영된 tvN 수목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방송화면.
이전과는 다른 ‘사이코패스’ 장르물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tvN 새 수목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이하 ‘싸패다’)는 기대에는 못 미쳤다. 익숙해서 새롭지 않은 느낌이 드라마 전반에 흘렀고, 육동식(윤시윤 분)의 회사 생활을 보여주는 장면 또한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윤시윤이 ‘호구’가 되는 코믹 연기는 지루할 법한 흐름도 재밌게 바꿨다.

지난 20일 방송된 ‘싸패다’에서 육동식(윤시윤 분)은 체포된 채로 취재진 앞에 선 채 등장했다. 육동식은 취재진에게 “저는 그냥 싸이코패스, 살인자”라고 말했다. 육동식의 말에 궁금증이 더해지는 순간, 시간은 육동식이 체포되기 3개월 전으로 돌아갔다.

육동식은 대한증권의 말단으로 동료에게는 물론 상사에게도 호구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육동식은 상사 공찬석(최대철 분)에게 보고서를 전달하던 중 유성바이오메디 신약 개발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공찬석은 이를 무시했고 모든 잘못은 육동식이 뒤집어쓰게 됐다. 이에 크게 낙담한 육동식은 유서를 쓰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도저히 뛰어내릴 용기가 나지 않았던 육동식은 다시 건물을 내려오다 서인우(박성훈 분)의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서인우는 자신이 죽이려던 노숙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여기에 육동식이 끼어들며 서인우가 쓰던 일기를 손에 넣었다. 육동식은 살인 현장에서 도망치던 중 순찰을 돌고 있던 심보경(정인선 분)의 차에 치였다. 그 충격으로 기억 상실증에 걸렸고, 일반적인 생활은 가능하지만 자신의 과거는 모조리 잊게 됐다. 육동식은 그간 사람을 죽여왔던 과정을 기록한 서인우의 일기를 보고 충격을 먹었다. 동시에 자신이 일기 속의 연쇄살인마라고 생각하게 되며 혼란에 휩싸였다.

아직 혼란을 품은 채 회사로 출근한 육동식. 육동식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회사 사람들은 그를 위한 송별회를 열어줬다. 하지만 송별회에서 공찬식이 평소에 육동식을 무시하던 습관 그대로 폭언을 퍼붓자 육동식도 눈빛을 바꿔 맞섰다. 그는 서인우가 노숙자를 공격했던 것처럼 공찬식을 공격하며 “역시 나는 사이코패스였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자신을 사이코패스라고 착각하기 시작한 육동식이 2회부터는 어떤 행동으로 세상에 맞설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엔딩이었다.

사이코패스라는 장르물의 시청 포인트 중 하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얼마나 치밀하고 예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상대하는가다. 일반적인 사고 범위를 벗어난 반전이 몰입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싸패다’ 첫 회에서 비춰진 서인우는 기존 작품들에서 봐 왔던 사이코패스와 별반 다르진 않았다. 심보경이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과 얘기하는 설정 또한 JTBC ‘멜로가 체질’을 비롯해 여타 작품에서 꽤 쓰여왔던 장치로 신선함을 주진 못했다. ‘싸패다’의 주요 배경 중 하나인 대한증권 사무실에서 육동식을 타겟으로 벌어지는 차별과 갑질 또한 조금 더 섬세하게 다뤄진다면 더욱 큰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진지함과 코믹을 넘나드는 윤시윤의 다채로운 연기 역량은 앞으로의 ‘싸패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윤시윤은 첫 회에서도 호구와 착각 속의 사이코패스라는 두 얼굴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극을 충실하게 이끌었다. 경찰이라는 역할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정인선, 무자비하고 냉혹한 사이코패스가 된 박성훈과의 호흡 또한 기대된다.

‘싸패다’는 매주 수, 목요일 밤 9시 30분에 방영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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