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28일 방영된 tvN 드라마 ‘날 녹여주오’ 방송화면.
지난 28일 방영된 tvN 드라마 ‘날 녹여주오’ 방송화면.
tvN 새 토일드라마 ‘날 녹여주오’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배우 지창욱이 선택한 복귀작이다.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지창욱의 ‘멜로 눈빛’은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했다. 또 다른 주연인 원진아의 연기도 좋았다. 그러나 지난 28일 방송된 첫 회에서는 지창욱, 원진아보다 이홍기, 차선우, 송지은 등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과 게스트로 나온 그룹 H.O.T의 토니안이 더 눈길을 끌었다. 중국 드라마를 보는 듯한 주연 캐릭터 설정은 2회부터 출연하는 윤세아를 더 기대하게 했다.

‘날 녹여주오’ 첫 회는 마동찬 예능 PD(지창욱 분)와 취업 준비생 고미란(원진아 분)이 ‘냉동 인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과정을 보여줬다. 이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1999년. 마 PD는 방송사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유능하고 가슴에 뜨거운 열정도 품은 PD였다. 그는 자신이 맡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승승장구하며 여자친구인 나하영 아나운서(채서진·윤세아 분)와의 사랑도 공적인 장소에서 당당하게 드러낼 줄 알았다.

고미란은 마 PD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의 다양한 실험에 몸을 던지며 참여했다. 그러던 중 마 PD로부터 제안을 받게 됐다. 마 PD 자신도 참여할 냉동 인간 프로젝트에 여성 실험자로 나서 달라는 것. 아무리 자타공인 ‘실험맨’이라도 자신의 신체를 얼리는 실험에 고미란이 쉽게 참여할 리 없었다. 마 PD는 고미란을 설득하기 위해 그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고미란의 남자친구 황병심(차선우 역)이 바람을 피는 장면을 고미란과 함께 목격하기도 했다. 고미란은 냉동 인간실험이 성공한다면 장애가 있는 자신의 친동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참여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고미란과 마 PD는 신체를 냉동시키는 부스 안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고가 터졌다. 냉동 인간 실험을 고안한 박사가 괴한에 의해 사고를 당한 것이다. 고미란과 마 PD는 부스 안에 들어간 후 24시간 뒤면 깨어나게 돼 있었다. 그러나 담당 박사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고, 박사의 어시스턴트는 당황한 나머지 부스의 전력을 꺼 버리고 말았다. 2회에선 사고로 인해 냉동돼 있다가 2019년에 깨어난 마 PD와 고미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홍기(맨 위부터), 송지은, 토니안, 차선우./ 사진=tvN 토일드라마 ‘날 녹여주오’ 캡처
이홍기(맨 위부터), 송지은, 토니안, 차선우./ 사진=tvN 토일드라마 ‘날 녹여주오’ 캡처
‘날 녹여주오’는 1999년이라는 시대 배경에 충실하려 애썼다. 당시의 국민요정 그룹이었던 핑클의 이야기가 소재로 쓰였고, 고미란은 방에서 카세트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다. 마 PD 프로그램의 조연출 손현기 역을 맡은 이홍기는 5:5로 빗어내린 머리를 하고 등장했고, 차선우는 브릿지 헤어 스타일에 뿔테 안경을 꼈다. 고미란의 친구 역을 맡은 송지은은 실핀을 꽂은 ‘깻잎머리’를 하고 나왔다. 토니안마저 흰색 정장에 흰색 빵모자로 복고 패션에 충실해 웃음을 안겼다.

캐릭터의 외양은 여러 연기 요소들 중 하나다. 일종의 타임 슬립과 1999년이라는 시대 배경이 주요 소재인 ‘날 녹여주오’의 경우 그 비중이 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창욱과 원진아는 어제 냉동됐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현대적인 헤어 스타일과 차림새여서 오히려 조연들과 비교되는 역효과를 낳았다.

조금 과하게 통통 튀는 듯한 고미란 캐릭터와 이 세상의 멋이란 멋은 다 갖춘 듯 비현실적인 마 PD 캐릭터의 간극도 세련된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고미란이 ‘실험맨’으로서 물로케트를 등에 메고 사지를 휘저으며 물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은 중국의 명랑소녀 드라마를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날 녹여주오’를 쓴 백미경 작가는 지금까지 ‘우리가 만난 기적’ ‘품위있는 그녀’ ‘힘쎈여자 도봉순’ 등을 집필한 스타 작가다. 신우철 감독 또한 ‘여우각시별’ ‘구가의 서’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 ‘시티홀’ ‘온에어’ ‘프라하의 연인’ ‘파리의 연인’ 등 쟁쟁한 흥행작을 자랑한다. 백 작가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신 감독의 연륜이 만들어 낼 시너지를 좀 더 지켜봐야 할 이유다. 또 윤세아는 고미란과 마 PD 사이에서 무게감 있는 연기로 균형을 잡아줄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날 녹여주오’는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에 방영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