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SBS ‘의사요한’ 방송 캡처
사진=SBS ‘의사요한’ 방송 캡처
SBS 금토드라마 ‘의사요한’이 지난 7일 종영했다. 국내 드라마 최초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다뤄 재미를 선사했다. 또한 존엄사를 공론화하려는 시도가 좋았다. 하지만 존엄사 문제를 두고 대립해야 할 인물들의 갈등이 흐지부지되고 남녀 주인공의 멜로가 부각돼 가면서 지루한 통속극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통증에 관한 임상실험 참가자이자 연구자로 미국에 간 차요한(지성 분)은 매일 강시영(이세영 분)에게 바이탈 기록을 메일로 보냈다. 석달간 하루도 빠지는 날이 없었지만 차요한이 어느 날부터 메일을 보내지 않으면서 연락이 두절됐다. 걱정이 된 강시영은 미국으로 가려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차요한이 아니라 그의 동료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의 동료는 차요한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전화를 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건 차요한이 동료에게 부탁한 일이었다. 차요한은 병상에 누워 숨만 겨우 쉬는 상태였다. 그 후에도 강시영은 계속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덧 3년이나 흘렀다. 한세병원에서는 호스피스 병동을 여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었다. 펠로우 1년차가 된 강시영 앞에 차요한이 갑자기 나타났다. 차요한이 반가운 것도 잠시, 강시영은 그가 이미 1년 전 한국에 왔다는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사진=SBS ‘의사요한’ 방송 캡처
사진=SBS ‘의사요한’ 방송 캡처
마취통증의학과에는 특이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입원했다. 환자는 곧 죽을 듯이 복통을 호소하다가 갑자기 괜찮아졌다. 그러면서 기절하듯 잠들었다. 의사들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헤맸다. 차요한의 병원 방문 소식을 들은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은 차요한에게 자문을 구해보자고 했다. 강시영을 비롯해 의사들은 차요한이 갑자기 연락이 안 된 시점에 그가 위독한 상태까지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잠시 후 강시영에게 모르는 번호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환자에게 24시간 뇌파 검사를 해보라는 내용이었다. 강시영은 차요한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두 사람은 비상구 계단에서 마주치게 됐고 강시영은 “사경을 헤맸는데 왜 말 안 했냐”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차요한은 “내가 건강해지고 너에게도 확신을 줄 수 있을 때 돌아오고 싶었다”며 우는 강시영을 달랬다. 또한 차요한 덕분에 환자는 ‘복성간질’이라는 병명을 진단 받고 후련해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은 차요한과 오랜 만에 회식 자리를 가졌다. 차요한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후 이유준(황희 분)은 강시영에게 “교수님은 1년 동안 강 선생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들은 강시영은 뛰쳐나가 차요한을 찾았다. 강시영은 차요한에게 “잊을 수 없었다. 교수님 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차요한도 “사랑한다”고 말하며 입을 맞췄다.

차요한은 손석기 검사(이규형 분), 간호사 채은정(신동미 분)와 존엄사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재회했다. 손석기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는 치료가 아니라 돌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차요한도 “동의한다”며 “말기 환자들에게 삶이란, 죽음이 다가오는 가운데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요한은 시골의 치유의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은 치유의원에 들러 차요한을 만나고 환자들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SBS ‘의사요한’ 방송 캡처
사진=SBS ‘의사요한’ 방송 캡처
‘의사요한’ 인기의 주축은 지성이었다. 극 중 차요한은 통증의 원인을 문진만으로도 진단해내는 명의이다. 하지만 그 자신도 선천적으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통증을 진단하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의사라는 점은 역설적이라 더욱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11년 만에 의학드라마에 출연한 지성은 전보다 깊어진 눈빛, 은근한 카리스마와 차분한 톤으로 이야기를 탄탄하게 끌고 나갔다. 이세영은 강시영이 트라우마를 이겨낸 후 의사로서 씩씩하게 성장해나가는 모습과 차요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섬세한 연기로 풀어나갔다.

두 사람의 멜로를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이는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환자와 의사의 이야기보다 차요한과 강시영의 멜로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존엄사 문제로 갈등하는 캐릭터들을 통해 이 문제를 사회 이슈로 끌어내겠다는 기획 의도도 희미해졌다. 이 과정에서 존엄사에 찬성하는 차요한과 반대하는 손석기, 채은정과의 갈등 관계도 흐지부지해졌고 마지막에는 허무할 정도로 갈등이 쉽게 해결됐다. 특히 차요한, 강시영과 함께 주요 인물이었던 손석기는 존재감조차 사라져갔고 채은정 캐릭터는 억지스러워 보인다는 평가도 받았다.

우리 사회가 아직 존엄사에 대해 지식과 이해가 충분치 않고, 이러한 상황에서 드라마가 찬반 중 어느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에 대해 제작진도 민감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이 같이 어중간한 결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의사요한’은 가치 있는 삶과 행복한 죽음을 향해 가는 방법을 생각하게 했다는 점에서 흥행과는 관계없이 뜻깊은 드라마였다 .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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