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명상 기자]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계기획사 ‘빅3’ 중 하나로 꼽히는 YG엔터테인먼트가 흔들리고 있다. 13일에는 회사의 주축인 빅뱅 멤버 승리와의 전속 계약 종료를 발표했다. 빅뱅은 YG의 기반이자 대들보였다. 빅뱅의 위기가 곧 YG의 위기로 번지는 시점에서 양현석 대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13일 YG는 승리와의 전속 계약 종료를 전하면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또한 “YG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공식입장인 만큼 CEO의 뜻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겉으로는 양현석 대표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아티스트의 문제는 소속사 대표의 철학, 관리능력 등과 무관하지 않다. 승리가 사업에 뛰어들 때 고삐를 너무 풀어 놓은 것이 지금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팽배하다. 승리의 위기는 곧 양 대표가 직면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승리가 사업을 시작한 것은 ‘입지 불안’ 때문으로 해석된다. 인기 아이돌이었지만 빅뱅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다른 멤버에 비해 약해서였다. 지난해 12월 한 방송에서 승리는 사업가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 “솔직히 불안했다”고 털어놓았다. 승리는 “다른 멤버 형들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까 견줄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멤버 형들이 안 하는 사업도 하면서 천천히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인기가 생명인 연예인에게 나이가 들고, 경쟁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사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많은 연예인들이 사업을 시작했다가 성공과 실패를 겪는 걸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승리가 다른 연예인과 달랐던 것은 승승장구하며 놀라운 사업수완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승리가 직간접적으로 뛰어든 사업의 종류만 해도 여러 가지다. 국내 44개, 해외 7개 점포를 가진 ‘아오리라멘’을 비롯해 청담동 라운지 바, 화장품(지분 투자), 포장마차, 와플, 해외 공연장, 아이돌 양성 학원, 스포츠 매니지먼트까지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많은 성공을 거두면서 승리는 ‘제2의 양현석’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문제가 된 것은 클럽이었다. 버닝썬 사내이사였던 승리는 지난달 3일 “(클럽 운영한 이유는)언제든 마음 놓고 음악을 틀 수 있는 장소에서, 해보고 싶었던 DJ 활동을 병행하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클럽과 같은 유흥주점 사업은 위험성이 높다.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출입이 금지되며 술과 남녀 문제, 폭력 등의 문제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인기 아이돌 출신의 승리가 할 만한 사업 아이템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양 대표는 소속사 대표로서 승리의 무한 질주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오히려 양 대표 자신이 의혹에 빠져버렸다. 승리 소유로 알려진 서울 서교동의 클럽 ‘러브시그널’이 유흥업소가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탈세 의혹을 받았는데, 클럽의 실소유주는 양 대표로 알려졌다. 누구보다 클럽 운영의 어려움과 위험성을 알았을 양 대표가 승리의 활동에 선을 긋지 않은 것은 의문이다.

결국 이번 승리의 은퇴로 인해 YG가 가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YG의 허술한 관리, 도덕적 해이, 아티스트 자질 검증 부족 등이 모두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도 양 대표의 책임론이 나온다. 겉으로는 YG가 국내 3대 기획사로 커졌지만 내실은 이에 걸맞게 갖추지 못한 결과 지금의 위기 상황을 초래했고, 그 책임이 CEO인 그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양 대표는 공식입장문만 내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과거 소속 아티스트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블로그 등을 통해 적극 해명하던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승리와의 계약 해지를 전하면서 밝힌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적인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4일 경찰에 폭행사건이 접수되면서 촉발된 버닝썬 사태가 3개월 가까이 마약, 성폭행, 경찰 유착, 성 접대, 탈세 의혹으로 번지는 동안 양 대표의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YG는 한국 연예산업을 도약시키고 K팝을 글로벌 무대에 진출시킨 소중한 기업이다. 이른바 ‘승리 게이트’가 벌어지는 동안 YG의 주가는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만큼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그런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진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환골탈태하려면 통렬한 반성과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대중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제2의 승리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제 그만 동굴 밖으로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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