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언니’ 이시영/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필름에이픽쳐스
‘언니’ 이시영/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필름에이픽쳐스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직 경호원 인애(이시영)는 고등학생인 동생 은혜(박세완)가 돌아오지 않자 초조해진다. 다음날 아침, 동생이 용돈을 모아 선물해준 빨간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고 그의 학교에 간다. 하지만 선생은 오히려 동생을 관리하지 못했다며 인애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은혜와 동급생인 비행청소년들의 눈빛도 심상치 않다. 경찰도 절실하지 않기는 매 한가지다.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자 인애는 스스로 동생을 찾아나선다. 이후 지적 장애를 가진 동생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고, 하나씩 복수를 실행해 나간다.

새해 첫날 개봉한 임경택 감독의 영화 ‘언니’는 폭력의 정도는 다르지만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등 강간 피해자 혹은 그와 감정적으로 연결된 인물이 복수를 실천하는 ‘리벤지 필름’과 궤를 같이 한다. 피해자의 언니가 대신 복수를 한다는 점에서 통쾌함을 주기도 하지만 연출 방식이 아쉽다. 가해자를 향한 복수를 하는 이 영화에서, 피해자인 은혜의 고통을 지나치게 열심히 설명한다.

이밖에도 은혜의 복수를 대신해주는 언니 인애는 짧은 치마에 높은 힐을 신는다. 칼, 야구방망이, 재떨이를 들고 있는 다수의 남성을 맨다리로 제압해나가는 것. 전직 경호원인 만큼 싸움에서의 불리함을 아는 인물이 왜 짧은 치마를 입고 싸울까. 임 감독은 ‘약한 여성성의 상징이 강한 액션을 통해 뒤집혀지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의미있는 시도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뜻대로 실현되지는 못한 것 같다. 배우의 강한 액션만이 아니라 다른 연출과 설정을 통해서도 이런 의도가 설명돼야 관객들이 더 잘 이해하지 않을까.

극의 중심에는 성폭력, 인신매매, 미성년자 강간 등 무거운 소재들이 깔린다. 섬세하게 다뤄야 할 현실문제지만 영화는 인애의 분노를 자극하는 데 집중하느라 이 사실을 놓친 듯하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본)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말한 만큼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도 신경을 썼어야 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힘은 배우 이시영에게 있다. 국가대표 복싱 선수까지 지낸 ‘배우 이시영’에 대한 관객들의 믿음과 기대에 힘입어 그는 94분의 러닝타임을 힘있게 이끌어나간다. 그는 “현실에서 모티브를 따온 만큼, 영화를 통해서라도 복수를 해주고 싶었다”며 “영화를 위해 주짓수를 3개월 동안 연마하고 근육량을 4kg 늘렸다”고 했다. 이시영이 펼치는 액션은 전례 없이 절절하고 강력하다.

청소년 관람불가.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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