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SBS ‘시크릿 마더’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시크릿 마더’ 방송화면 캡처
진실의 무게는 무거웠다. 하지만 용기 내서 진실을 마주한 이들은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지난 7일 종영한 ‘시크릿 마더’ 최종회에서는 윤진(송윤아 분)의 딸 민지의 뺑소니 사고 범인이 밝혀졌다. 다름 아니라 아이의 아버지이자 윤진의 남편인 한재열(김태우 분)이었다.

지난 5월 12일 방송을 시작한 ‘시크릿 마더’는 아들 교육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윤진과 입시 보모로 들어온 은영(김소연 분)이 민지가 죽은 날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병원에서 민지를 몰래 데려갔던 사람은 재열의 연인이었던 김현주(지안 분)였다. 현주는 자신을 버리고 윤진과 결혼한 재열에게 화가 나 민지를 납치해 그를 찾아갔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그 날 세 사람은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고 도중에 재열과 현주는 차에서 내려 크게 다퉜다. 그 사이 민지가 차에서 내렸다. 그 사실을 모르던 재열은 허겁지겁 차에 올라타 돌아가려고 후진을 했다. 그 때 차 뒤에 있던 민지가 사고를 당했다. 재열은 놀란 나머지 현주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현주를 1년 간 병원에 감금하기까지 했다.

윤진은 휴직하는 1년 동안 오직 아들에게 헌신했다. 자신의 감정은 극도로 자제했고 주변 ‘강남맘’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사고로 딸을 잃었다는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까지 속이며 지난 시간들을 버텨왔다. 하지만 입시 보모 은영이 나타나면서 그의 일상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은영은 사실 현주와 친자매 같은 사이였다. 1년 전 현주가 실종된 것이 민지의 사고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의도적으로 윤진에게 접근한 것이다.

사진=SBS ‘시크릿 마더’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시크릿 마더’ 방송화면 캡처
은영의 정체, 재열과 현주의 관계 등으로 인해 드라마의 긴장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슬픔을 애써 억누르며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윤진의 모습은 답답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숨막힘은 윤진이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스스로 밝혔을 때 비로소 해소됐다. 뺑소니범이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윤진. 자신의 아들을 살인자의 자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또 다시 진실을 덮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윤진은 재열에게 “미안하다면 당신 하고 싶은 말들 죽을힘을 다해 삼켜. 스스로 용서 구할 최소한의 자격 같은 거 당신한테는 이제 없다”며 직접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은영은 윤진을 향해 “제가 불쑥 김윤진 씨 삶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지난 일 서서히 잊어가면서 잘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에 윤진은 “잘 사는 척 하며 지냈을 거다. 알아서 불편한 진실이라도 피해갈 순 없다. 나만 모른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라고 답했다.

시간이 흐른 뒤 윤진은 민준의 입시 보모로 은영을 다시 고용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재회했고 그제야 마주보고 웃을 수 있었다. 송윤아, 김소연은 표정이나 행동 등 겉으로 크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캐릭터가 가진 내면의 고통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며 극을 이끌었다. 또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는 하는 두 캐릭터의 위태로운 관계를 매회 소화해내며 다음 이야기의 궁금증을 더했다.

사진=SBS ‘시크릿 마더’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시크릿 마더’ 방송화면 캡처
서영희, 김재화, 오연아 등 ‘강남맘’들의 열연도 돋보였다. 이들은 은영에게 각자의 비밀을 들키고 만 강혜경, 명화숙, 송지애 역을 맡아 대한민국의 입시 전쟁의 단면을 보여줬다. 혜경은 남편이 바람 났지만 딸을 대학 보내기 전에는 이혼할 수 없다며 별거를 한다. 화숙은 아들을 명문고에 보내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고 지애는 딸의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 명품가방을 팔고 술집에 일하러 나간다. 이들의 자녀들은 초등학생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공부를 하고 영재원과 특목고 진학을 위해 쉴 틈 없이 학원을 다닌다. 250만원짜리 과외 수업에는 자리가 없어서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자녀 입시에 모든 것을 걸었던 강남맘들은 마지막에는 각자의 인생을 찾았다. 혜경은 바람 난 남편을 용서했고 지애는 자신의 힘으로 아이를 당당히 키우겠다며 국수가게를 차렸다. 아이들에게도 더 이상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화숙은 “하고 싶을 때 되면 알아서 다 하겠지”라며 영재교육용 문제집을 다시 넣었다.

극중 인물들은 이렇게 자신이 중심이 되는 진짜 인생을 되찾았다. 분수에 넘치는 것들은 떨쳐버렸고 마주하기 두려웠던 진실은 스스로 파헤치며 극복해나갔다. 화숙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지금에 만족해하면서 살아야지”라고 말했다. ‘시크릿 마더’는 타인의 기준을 따르기보다 내 안의 작은 행복을 찾아보라는 뻔하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남기며 잔잔한 울림을 전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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