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박열’ 포스터
영화 ‘박열’ 포스터


“제국주의 본토까지 들어가서 투쟁한 박열 열사, 그의 삶을 잊고 살 수가 없었다.”

영화 ‘박열’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열변을 토했다.

25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진행된 ‘박열’ 제작보고회에서 이준익 감독은 극과 그 속에 담긴 실존인물 박열, 가네코 후미코에 관한 얘기에 도통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극이다. 앞서 ’왕의 남자‘(2005), ’사도‘(2014), ’동주‘(2015) 등 다수의 시대극으로 이름값을 증명해온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그에 비해 ‘박열’이라는 인물은 낯설다. 이준익 감독은 “1998년 영화 ‘아나키스트’ 시나리오 작업 중에 알게 된 이름이다. 박열 열사는 우리가 잘 모르지만 가까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인물이다. 그와 함께한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 역시 놀랄 만큼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박열은 유관순 누나와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시기에 독립운동을 한 열사다. 1923년 당시 관동대지진이 일어났고, 일본은 괴소문을 빌미로 3일 동안 조선인 6천여 명을 학살했다”며 역사적 사실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일본은 사건 은폐를 위해 관심을 돌릴 화젯거리가 필요했고 박열을 대역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 감독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박열의 삶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많은 작품들이 암살 사건이나 용감한 독립군의 모습을 조명했다면, ‘박열’은 제국주의 심장부에 폭탄을 던지는 작품이다”라며 “그 시대, 그 시간, 그 상황을 돌파한 한 젊은이의 삶이 묵직한 울림을 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본인이지만 박열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그는 “당시 스무살 소녀다. 그가 썼던 수많은 기록들을 보면, 엄청난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서양 여성들의 현대성은 높이 평가돼왔다. 동양에도 그러한 여성이 많지만 시선이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가 어떤 이유로 박열과 손을 잡았는지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후미코가 처음 만나는 박열에게 “동거합시다”라고 당돌하게 제안하는 모습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 감독은 “영화적으로 본다면 설득력이 없는 장면이다. 그렇다고 억제 멜로를 넣을 순 없었다. 거짓이니까. 90% 이상 고증에 충실했다. 두 사람은 동지로서 동거한다. 정말 끝내준다”며 감격했다.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극을 내놓는 만큼, 일본에 대한 이 감독의 솔직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우리는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을 정교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일본은 가해국이다.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관동대학살에 관한 것들까지 그들은 90년째 피해자 코스프레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꼰대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죄송하지만, 영화를 통해 많은 걸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제작비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그는 “대지진, 대학살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제작비 200억이 있어도 모자라다. 픽션이 가미되면 버라이어티한 볼거리가 있겠지만 우리 영화엔 그런 게 없다. 인물들이 가진 사회, 인간, 국가관 등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하며 과거를 재현해낸 극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이날 이준익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보였다. 배우들을 향한 질문에도 마이크를 쥐며 추가 설명을 했고, 이틀 전 일본에서 관동대지진에 대해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얘기할 땐 다소 격양되기도 했다. 그의 열정은 고스란히 영화 ‘박열’에 담길 예정이다. “박열 열사의 기개와 용기, 시선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내가 영화로 그걸 잘 표현했는지는 모르겠다”고 겸손하게 덧붙였지만 어찌 기대하지 않을까. 오는 6월 28일 개봉.

영화 ‘박열’ 스틸컷
영화 ‘박열’ 스틸컷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