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와 저승사자, 어느 누구만 멋있다고 편을 들 수가 없다. 남주(남자주인공)뿐 아니라 서브남주(서브남자주인공)에게도 무한 애정을 쏟는 김은숙 작가의 힘이다.
기존 서브캐릭터는 메인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주인공의 선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악행을 저질렀고, 대립구도를 위해 삼각관계 혹은 사각관계를 펼쳤다. 현재도 많은 작품 속 서브캐릭터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소모된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의 서브남주는 다르다. 특히 그의 작품 속 대부분의 서브남주는 나름의 로맨스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한다.
tvN ‘도깨비’(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에서 이동욱이 연기하는 저승사자는 도깨비(공유)만큼이나 매력적인 인물이다. 시종일관 까만 옷을 입고 무서운 분위기를 내뿜으면서도 어딘가 2% 부족한 허당미(美)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저승사자는 단순히 누군가를 받쳐주기 위해 형성된 캐릭터가 아니다. 도깨비와의 티격태격 브로맨스부터 써니(유인나)와의 애잔하면서도 미흡한 로맨스까지 제 할 몫을 톡톡히 해낸다.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전생에 대한 비밀이 풀리며 더욱 스펙터클한 전개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태양의 후예’ 진구, ‘상속자들’ 김우빈 / 사진=방송 화면 캡처
김은숙 작가의 전작 KBS2 ‘태양의 후예’ 속에서는 서대영(진구)이 비슷한 역할을 했다. 유시진(송중기)과는 브로맨스를, 윤명주(김지원)과는 로맨스를 펼쳤다. 주인공과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던 덕에 유시진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했다. 그에 앞서 SBS ‘상속자들’에서는 까칠한 매력의 최영도(김우빈)가, SBS ‘시크릿 가든’에서는 유쾌한 한류스타 오스카(윤상현)가 서브남주로 활약했다.
김은숙 작가는 메인캐릭터뿐 아니라 극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 존재감을 부여한다. 여기에 배우들이 열연으로 입체감까지 더하니 자칫 뻔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조차도 뻔하지 않게 그려진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드라마에서 서브캐릭터는 주인공에 반하거나 그를 돕기 위해 소비되던 인물이다. 김은숙 작가의 서브캐릭터를 공동주인공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썼다고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서브캐릭터들 역시 나름의 스토리와 로맨스 등을 구축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감정이입을 돕는 캐릭터가 많아지니 반긴다. 앞으로도 서브캐릭터들의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