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포스터 / 사진제공=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포스터 / 사진제공=SBS
‘달의 연인’이 아쉬움을 남기고 퇴장했다. 하필이면 동시간대, 비슷한 장르의 드라마 ‘구르미’와 붙은 게 끝내 한으로 남았다.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려'(이하 달의 연인)는 중국 소설 ‘보보경심’이라는 탄탄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화려한 캐스팅, 제작비 150억 원 등 역대급 스케일로 출발했지만, 결국 경쟁작 ‘구르미’에 훨씬 못 미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씁쓸한 성적을 거뒀다.

동시간대 드라마였던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은 ‘달의 연인’에 앞서 한 주 일찍 방송을 시작했다. 초반 시청자를 잡기에 훨씬 유리한 입장이었다.

‘달의 연인’이 매력을 보여주기도 전, 시청자들은 이미 ‘구르미’를 2회까지 접수한 상태였다. 이는 ‘달의 연인’이 1·2회 연속 방송이라는 카드를 꺼냈음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구르미’ 시청을 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달의 연인’은 첫날 2회 방송분으로 8.9%(닐슨 코리아, 전국기준)라는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3회를 방송한 ‘구르미’는 2배 가량 높은 시청률(16%)로 월화 극장을 장악하고 제대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급기야 ‘달의 연인’은 방송 2회만에 시청률 하락세를 보였고 5%대까지 추락하더니, 중반에 이르러서야 겨우 회복세를 나타냈다.

‘달의 연인’, ‘구르미’ 포스터 / 사진제공=SBS, KBS2
‘달의 연인’, ‘구르미’ 포스터 / 사진제공=SBS, KBS2
‘구르미’ 종영 후 뒷심을 발휘하긴 했지만, 초반 ‘달의 연인’에 건 기대에 미치기엔 역부족이었다. 등장인물도 많고, 극 중반부터는 분위기나 중심 내용도 확 달라져서 중간 유입 시청자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안방을 호령하던 ‘구르미’가 떠나자 ‘달의 연인’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단순히 한 주 늦게 방송을 시작한 것만이 패인이 아니라는 것. 후반부로 갈수록 부실해지는 개연성과 원작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점점 예측 가능한 결말로 치닫는 스토리 전개가 한계로 지적됐다.

마지막까지 왕소(이준기)와 해수(이지은)의 러브라인을 응원했던 팬들도 해수와 왕정(지수)의 혼인부터 해수가 끝내 왕소를 못본 채 최후를 맞이하는 결말까지 원작 그대로 전개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일명 ‘소해커플’로 사랑받았던 이준기와 이지은의 케미스트리를 새드로 마무리하는 것은 너무 아쉽지 않느냐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몇가지 부족했던 점만으로 ‘달의 연인’을 평가할 수는 없다. 초반 기대를 모았던 김규태 PD의 아름다운 화면 연출과 부족함 없는 배우들 간의 호흡은 호평받기 충분한 결과물을 보여줬기 때문. 여러 요인과 변수가 작용했을 시청률로 점수를 매겨 지탄받기에는 아까운 작품이기도 했다.

특히 종영회에서 그려진, 현대로 돌아온 해수와 고려시대에 남은 왕소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장면은 둘의 애틋한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대사와 더불어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마지막까지 감동을 이끌어냈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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