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구르미 그린 달빛’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 ‘구르미 그린 달빛’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1620161011일 화요일 오후 10

다섯 줄 요약

잡혀간 아버지 홍경래(정해균)를 만나기 위해 홍라온(김유정)은 궁 안에 다시 들어온다. 라온과 마주한 이영(박보검)은 몸을 숨길 곳을 알려주고, 라온을 알아본 김의교(박철민)로 인해 궁에서 수색이 시작된다. 추국장에서 홍경래를 죽이라는 왕(김승수)을 영이 막자 김헌(천호진)은 라온과 영의 관계를 폭로하며 라온을 데려오고, 관군이 라온을 치려는 순간, 백운회가 움직이고, 김병연(곽동연)은 영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

리뷰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던 로맨스의 비중이 너무도 커져 배우들의 지친 얼굴이 걱정되게 할 즈음, 로맨스는 잠깐 멈추고 언젠가부터 꼭 필요했을 정치 이야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홍경래,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잡힌 그. 그런 아버지를 만나러 기어코 궁에 다녀오겠다는 위험한 선택을 한 라온. 능동적이고 당돌했던 라온은 전형적인 여주인공으로 전락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아버지와의 만남이 필요했으리라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을 것.

이번 회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세자 이영이 홍경래와 나눈 대화가 아닐까 싶다. 백성을 위하는 군주가 되고픈 세자와 역적 홍경래의 뜻은 아이러니하게도 한 지점을 향하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맞추는 그 길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영의 말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며, 그래서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바라는 세상이, 바라는 왕이 같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 아닌가. 하지만 그 짧은 대화를 통해 영이 세자로, 그다음에 왕으로 나아갈 길을 제대로 찾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진정 백성이라는 구름이 그리는 달빛, 백성의 왕의 모습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이제껏 영이 라온과의 사랑 안에서의 성장을 보여줬다면, 홍경래와의 대화는 세상 속에서의, 군주로서의 성장을 알리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과 라온의 로맨스는 드라마의 주축이며, 시청자들은 역사는 역사고, 그것과는 상관없이 둘의 행복을 그리는 전개를 기다릴 것이다. 지난 회에 등장했던 ‘픽션’임을 일부러라도 더 강조하는 듯한 알림은, 이 드라마가 어디로 흘러가더라도 허구일 뿐이니 꽉 닫힌 해피엔딩을 기대해도 좋다는 희망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바라는 결말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노력 때문일까, 지나치게 힘을 주었던 로맨스 탓일까, 뒷심을 잃었다고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뒤로 갈수록 어딘가 모르게 맥이 빠지는 전개, 진부하게 겨우 이어가는 것 같은 흐름은 박보검의 연기와 얼굴로 이겨내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일단은 칼의 방향을 세자에게로 바꾼 병연으로부터 시작될 다음 회를 우리는 또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다포인트

-영상 대감(천호진), 말만 하면 얄미워 죽겠네요, 정말!
-세자와 홍경래가 말한 그 세상은 지금도 없는 듯싶네요.

김지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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