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공항 가는 길’ 화면 캡처 /사진=KBS 제공
‘공항 가는 길’ 화면 캡처 /사진=KBS 제공
드라마 한 편이 선사하는 잔잔한 분위기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공항 가는 길’이 감각적인 연출로 가을, 그 자체를 그려내고 있다.

KBS2 ‘공항 가는 길’(극본 이숙연, 연출 김철규)은 지난달 21일 7.4%의 시청률로 첫 발을 내디뎠다. 3회에서는 자체최고시청률 9%를 돌파한 이후 주춤하긴 했지만, 4회까지 진행된 현재 8.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띄고 있다. 시청률 고공행진의 힘은 공항·비·새벽이라는 매개체가 가져오는 섬세한 분위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도우(이상윤)와 최수아(김하늘)은 공항에서 첫 만남을 가진 뒤, 계속 공항에서 마주쳤다. 특히 서도우의 딸 애니(박서연)의 죽음 이후 두 사람은 비가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공항에서 새벽을 지새웠다.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던 둘 사이의 침묵은 빗소리가 채웠다.

만남과 헤어짐이 공존하는 공항과 갑작스럽게 내리는 새벽 비는 서도우와 최수아의 조심스러운 감정을 보여주기에 적절했다.

뿐만 아니라 ‘공항 가는 길’에는 영상 색채도 눈에 띈다. 잔잔한 프랑스 영화를 연상케 하는 화면에 이어지다가도 이내 흑백 화면이 짙어지며 분위기 전환을 이뤘다. 그 속에 빨간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최수아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항 가는 길’이 마냥 애매하고 먹먹한 관계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최수아는 딸 박효은(김환희)과 활기찬 모녀 케미를 선보이기도 하고, 공항을 배경으로 기장과 승무원들의 일상이 디테일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애니(박서연)에 대한 비밀을 숨긴 서도우의 아내 김혜원(장희진)의 모습은 섬뜩한 분위기까지 자아낸다. 이처럼 급변하는 분위기에 맞춰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음악 역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매개체와 색채, 음악의 삼박자는 ‘공항 가는 길’을 가을에 최적화된 극으로 만들고 있다. 더욱 쌀쌀해지고 공허해지는 날씨와 함께 깊은 감성을 전할 드라마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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