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샤이니 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샤이니 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샤이니의 만능열쇠 키입니다.”

아이돌그룹의 멤버라면 다들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수식어가 시간이 지나면 오그라들 법도 한데, ‘만능열쇠’ 샤이니 키의 행보는 8년째 현재 진행 중이다. 인기 아이돌 샤이니의 멤버로 가수 활동은 물론, 의상 디렉팅 등 다방면에서 ‘만능 엔터테이너’의 재능을 뽐낸 키가 tvN 드라마 ‘혼술남녀’를 통해 개성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키는 ‘혼술남녀’에서 금수저 공시생 기범 역을 맡았다. “현실과 동 떨어진 부자를 연기하기보다 주변에 있을 법한 친구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는 각오대로 키는 ‘혼술남녀’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노량진 새내기 공명(공명)과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일명 ‘궁상쟁이’ 동영(김동영), 두 친구 사이에서 찰진 대구 사투리와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것. 키가 ‘혼술남녀’에서 더욱 빛나는 이유는 타고난 발성과 발음, 캐릭터 해석력, 그리고 코믹과 정극을 넘나드는 감정 표현에 있다.

김동영, 공명, 키 / 사진제공=tvN ‘혼술남녀’ 방송화면
김동영, 공명, 키 / 사진제공=tvN ‘혼술남녀’ 방송화면
키의 발성과 발음은 가수 활동에서도 주목할 만했다. 샤이니의 라이브 무대를 책임지는 쩌렁쩌렁한 발성은 물론, 또박또박한 발음 덕분에 팀에서 보컬은 물론 래퍼로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그러나 가수로서의 울림과 연기 톤은 또 다른 법. 키는 이어 뮤지컬 활동으로 발성법의 폭을 넓혔다. 2012년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캐스팅된 것을 시작으로, ‘보니 앤 클라이드’, ‘삼총사’, ‘조로’, ‘체스’, ‘인 더 하이츠’ 등 다수의 뮤지컬에서 활약했다. 지난 4월에는 뮤지컬을 넘어 연극 ‘지구를 지켜라’에도 출연했다. TV에서만 볼 수 없었을 뿐, 연기를 향한 키의 도전은 꽤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혼술남녀’에서도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사투리 대사를 막힘없이 소화하며 뛰어난 전달력을 자랑하고 있다.

‘혼술남녀’의 기범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사투리를 빼 놓을 수 없다. 키는 표준어로 작성된 대본을 직접 대구 사투리로 번역해 연기하는 열정을 보였다. 실제 대구 출신인 덕분에 기범이라는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동시에, 톡톡 쏘는 사투리로 극의 웃음까지 책임지고 있다. 또 첫 회, 햇병아리 공시생 공명에게 노량진 라이프에 대한 편견을 깨주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선보였던 “노량진 이퀄(=, equal) 컵밥, 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야”와 같은 대사는 물론, “띠로리”와 같이 입으로 내는 효과음까지, 유행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겉으로는 툴툴대도 누구보다 친구를 아끼고 가족을 사랑하는 기범의 감정 변화를 흡입력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최근 방송된 기범의 할머니 에피소드에서 특히 키의 표현력이 빛났다. 기범은 사랑하는 할머니의 칠순잔치 날, 몇 해 동안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자신이 준비한 뽕짝 춤 대신 합격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 그날 기범은 빗속에 홀로 술을 마시며 할머니가 좋아하는 춤을 췄다. “노량진까지 왔으면 공부나 할 걸. 그래서 합격했으면 오늘 같은 날 당당하게 춤춰드릴 수 있었을텐데. 내 처지가 이래가 할머니 칠순잔치 갔다가 인사도 못 드리고 나왔다”는 기범의 눈물은 안방극장을 울렸다. 키는 실제로도 돌아가신 조모와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진실된 연기가 시청자들에 통했다.

키는 ‘혼술남녀’를 통해 아이돌이라면 늘 따라붙는 ‘발 연기’ 꼬리표를 당당히 뗐다. 앞으로 ‘혼술남녀’의 기범을 통해 보여줄 매력은 물론, ‘만능열쇠’ 키로서 그가 보여줄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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