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배우 최지우, 주진모 / 사진=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캡처
배우 최지우, 주진모 / 사진=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캡처
최지우의 22년 숙성 묵은지 연기가 빛났다.

26일 첫 방송된 MBC 새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이하 캐리녀)에서는 커다란 캐리어 ‘쥬쥬’를 끌고 다니는 대세 사무장 차금주(최지우)의 모습이 그려졌다. 차금주는 과거 사법고시에서 다섯 번 떨어지고 난 뒤 사무장의 길을 택한 인물로, 서초동 톱5에 꼽히는 능력자다.

이날 차금주는 동생 박혜주(전혜빈)를 도와 재판을 승리로 이끄는 모습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법정에 선 차금주는 변호사인 박혜주보다 더 당당했으며, 불리한 상황에선 여유로움을 잃지 않은 채 침착하게 상황을 모면하기도 했다.

특히 차금주는 파파라치 언론 K-FACT와의 팽팽한 재판 도중 자신의 뒤에 앉은 상대측 대표 함복거(주진모)를 의식하고는 원피스 지퍼를 내려 미끼를 던졌고, 그가 지퍼를 올려주기 위해 손을 댄 순간 소리를 지르며 함복거를 성추행범으로 몰아갔다.

결국 차금주는 재판에서 승리하며 또 한 번 승률을 올렸다. 이어 패할 가능성이 높은 ‘오경환 사건’을 맡으려는 박혜주에게 “면허 자격증 때문인가? 확실히 여유가 있네. 너 하자있는 변호사야. 승률 관리 해야지”라고 독설하며 냉정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차금주의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소적인 모습은 ‘오경환 사건’의 누명을 쓰게 된 남학생을 만났을 때 극대화됐다. 그는 재판을 앞두고 두려움에 떠는 남학생에게 표정 변화 없이 “넌 유죄 판결을 받을거야. 적어도 지금 날 설득하지 못했잖아. 네가 찾는 하느님도 아무런 도움이 못 돼. 법정에선 판사님이 하느님이야”라고 독설했다.

남학생은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 차금주에게 “아줌마가 변호사가 아니라서 이러시는 거죠? 돈 되고 승률 높은 사건에만 관심 있으니까. 만약 변호사였으면 저를 위해 하느님 앞에서 기도하는 시늉이라도 했을 거다”고 받아쳤다. 여기서 마음을 돌린 차금주는 ‘오경환 사건’을 맡기로 결정, 함복거를 설득해 함께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모든 판을 짜둔 사건의 진범을 이기기란 역부족이었다. 그는 자신을 압박해오는 차금주에게 죽은 앵무새를 보내 경고하는가 하면 본격적으로 사건 조사에 나선 차금주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1년간 감옥에 살게 했다. 독하게 이를 갈고 각성했을 차금주의 변화가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차금주 캐릭터는 아무나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자신의 가방에 ‘쥬쥬’·’샐리’ 등 이름을 붙여주는 등 한없이 밝은 모습과 더불어 사건 앞에서는 누구보다 냉정하고 아끼는 동생에게 독설도 서슴지 않는 날카로운 성격을 동시에 보여줘야했기 때문. 최지우는 발랄함과 냉정함을 오가며 위화감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한 캐릭터에 다양한 감정과 성격이 담겼는데도 이상할 것 없이 설득력있게 극을 진행시켰다.

특히 주진모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나이를 잊은 최지우의 귀여운 매력이 마구 드러났고, 주진모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코믹한 모습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성공과 몰락이 숨가쁘게 그려지는 와중에 주어진 역할을 모두 해내며 팔색조 매력을 뽐낸 최지우. 그의 22년 연기 내공이 절로 체감됐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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