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MBC ‘몬스터’ 포스터 / 사진제공=MBC
MBC ‘몬스터’ 포스터 / 사진제공=MBC
참패는 아니었지만 만족할 수 없는 결과인 것은 확실하다.

MBC ‘몬스터’가 지난 20일 5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몬스터’는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돈의 화신’ ‘기황후’ 등 인기 드라마를 집필한 장영철·정경순 작가가 2년 만에 내놓은 드라마로,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강지환과 이덕화·박영규·정보석·정웅인 등 내로라하는 중견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MBC 월화드라마에 단비를 내려줄 만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6개월 동안 ‘몬스터’는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지 못했다. ‘몬스터’는 방송 초반에는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밀리고, 중반부에는 SBS ‘닥터스’를 넘지 못했다. 종영을 앞두고는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 맥을 못 췄다.

‘몬스터’가 50회 동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것은 4번이었다. 처음으로 시청률 1위 고지를 밟은 것은 21회(6월 6일 방송). SBS ‘대박’과 함께 10.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하며 ‘백희가 돌아왔다’(9.4%)를 제치고 월화극 공동 1위에 올랐다. 이후 4회 동안 ‘몬스터’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켰다. 그러나 이전까지 시청률 1위를 달리던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종영하고, 급하게 편성됐던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와 경쟁해서 얻은 결과였고, 시청률 차이도 1% 이내로 근소했기 때문에 ‘몬스터’ 입장에선 마냥 기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MBC ‘몬스터’ CPI 순위 변화 / 자료제공=CJ E&M
MBC ‘몬스터’ CPI 순위 변화 / 자료제공=CJ E&M
화제성 측면에선 더 결과가 좋지 못하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동 개발한 콘텐츠 영향력 지수(Content Power Index, 이하 CPI)에 따르면, ‘몬스터’는 첫 방송이 전파를 탔던 3월 마지막 주에 6위를 기록하고 이후 단 한 번도 이 순위를 넘지 못했다. 이마저도 같은 날, 첫 방송을 시작했던 SBS ‘대박’이 3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된다. ‘닥터스’와 ‘구르미 그린 달빛’은 매주 화제성 1·2위를 오가는 것과 비교했을 때도 큰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왜 ‘몬스터’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까. 이에 대해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몬스터’는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드라마 구조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드라마의 전통적인 전개방식은 기승전결이다. 갈등이 형성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몬스터’ 역시 한 남자의 복수를 기승전결에 입각해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한 평론가는 “드라마의 갈등이 해소되기 위해선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 같이 스피디한 시대에 시청자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며 “‘응답하라 1988’나 ‘시그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요즘 시청자들은 작은 에피소드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를 선호한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몬스터’는 이 부분을 놓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는 분명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좋은 코드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입맛이 변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 레시피대로 드라마를 만든다면 그저 그런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몬스터’가 보여준 셈이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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