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내 마음의 꽃비’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2 ‘내 마음의 꽃비’ / 사진=방송 화면 캡처
신분위조는 기본, 사기·절도·살인까지 일삼는다. 현실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들이지만 ‘내 마음의 꽃비’ 속 천일란(임지은)과 이수창(정희태)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지난 6일 종영한 KBS2 ‘TV소설 내 마음의 꽃비(이하 내 마음의 꽃비)’ 128회에서는 죽음을 맞은 이수창과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 천일란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천일란은 남의 인생을 빼앗아 가짜 며느리 행세를 했고, 그의 정부 이수창은 부를 차지하기 위해 천일란과 한 패가 됐다.

위기를 피해가며 끊임없이 못된 짓만 하던 이수창은 최종회에 이르러 나약해진 모습을 보여 보는 이들을 당황케 했다. 지명 수배자가 돼 경찰에 쫓기던 이수창은 평소 왕래 없이 지내던 친아들 이강욱(이창욱)을 찾아갔다. 아버지를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었던 이강욱은 저녁을 대접하며 자수를 요구했다. 이수창은 여전히 허황된 꿈을 꿨고, 이강욱은 “아들로서 진심으로 드리는 말이다”라며 이수창을 막으려 했다.

끝까지 퉁명스럽게 대했지만, 이수창은 아들의 말로 인해 혼란스러운 듯 보였다. 결국 그는 정꽃님(나해령)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나섰고, 그 과정에서 정꽃님을 차로 치려는 천일란을 보게 됐다. 이수창은 몸을 날려 정꽃님을 구했다. 죽기 직전 이수창은 “그동안 미안했다”며 사죄했다. 이와 함께 경찰 조사에서 죄를 인정하지 않던 천일란도 마음을 바꿔 모든 죄를 자신이 했다고 자백했다.

두 악인의 행적들을 본다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말. 그럼에도 127회 동안 저질렀던 범죄가 단 한 회 안에 정리되는 모습은 개연성이 없다는 빈축을 샀다.

하지만 두 사람의 변심에는 ‘자식’이 있었다. 이수창은 친아들 이강욱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고, 천일란 역시 “가짜로 살게 한 것도 모자라 엄마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멍에까지 뒤집어씌우는 거냐”며 오열하는 딸 민혜주(정이연)의 모습에 가슴 아파한 것. 특히 죽음을 앞두고 이강욱에게 “내 아들로 살게 해서 미안하다”고 고백하는 이수창의 모습은 어딘지 짠하기 까지 했다.

천일란은 끝끝내 자신에게 인생을 빼앗겼던 서연희(임채원)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찾아온 서연희로부터 사랑받으며 살고 있다는 민혜주의 얘기를 듣는 그의 표정은 복잡 미묘했다. 천일란은 내뱉고 싶은 모든 말 대신 참았던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천일란과 이수창의 이기심 이면에는 변질된 진심이 있었다. ‘내 마음의 꽃비’는 이들의 잘못된 선택과 참혹한 결말을 통해 단순한 권선징악을 넘어 가슴 깊은 울림을 전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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